건강한 생활을 위한 오토캠핑

[아웃도어 라이프-오토캠핑<上> 프롤로그] 자연 속에 나를 놓다

2007년 여름, 남자들이 무리를 지어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버라이어티 TV프로그램 <1박2일>이 처음 등장했다. 그리고 유쾌·발랄한 여섯 남자의 여행과 더불어 시청자의 시선을 잡은 건 계절의 흐름을 아주 잘 느낄 수 있도록 자연 속에 지어진 이색 잠자리였다. 강호동이 들어가도 넉넉하게 남는 높고 넓은 텐트. 멤버들은 치열하게 게임을 하며 민박의 아늑한 잠자리를 차지하려고 애썼지만 사실 시청자 입장에서는 평범한 방보다는 벌레소리, 바람소리 머무는 텐트에서의 하룻밤이 훨씬 부러웠다. 어린 시절 바닷가 야영장에서 만난 덥고 끈적이고 불편한 텐트의 기억이 아니었다. 바람에도 거뜬히 버틸 만큼 튼튼해 보였고, 잠자리 복불복게임에서 진 세 남자가 누워도 그다지 불편하지 않을 뿐더러 심지어 쾌적해 보였다. 무엇보다 강렬한 기억은 그해 겨울 멤버들이 잠든 텐트 위로 소리 없이 소복소복 눈이 쌓이던 그 밤 그 풍경이다. 많은 시청자의 머리에서 ‘띵’ 하며 이런 소리가 울렸다. “오토캠핑, 지금은 그거다!”

그렇게 서서히 우리나라에서 ‘오토캠핑’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캠핑카를 이용한 여행만을 ‘오토캠핑’이라 칭하는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차를 이용해 캠핑을 떠나는 일’이라는 다소 포괄적인 의미로 통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자동차를 이용’한다는 것. 즉 장비가 크고 무거워도 ‘괜찮다’는 이야기다. 텐트가 커지는 것과 동시에 예전 야영을 하며 느끼던 불편함을 줄이는 다양한 장비가 등장했다. 의자와 테이블이 대표적이다. 거실과 침실로 나뉜 커다란 텐트 안에는 의자와 테이블이 차려지고 한쪽으로 주방이 세팅된다. 낮처럼 환하게 텐트 안을 밝히는 랜턴이 켜지고 버너가 두 개 달린 스토브에서는 다양한 요리가 익어간다. 텐트 앞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장작이 타들어가는 화롯가에 가족이 모여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 더 이상 불편함을 참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되자 자연 속에 지어진 텐트는 가족에게 남부러울 것 없는 ‘별장’으로 변신한다. 자연의 소리를 벗 삼아 잠이 들고 따뜻한 햇살에 눈뜨는 아침은 더 이상 이루지 못할 ‘꿈’이 아니다. 자동차 트렁크에 텐트를 싣고 시동을 걸기만 하면 어디서든 그 꿈은 현실이 되었다.

자연 깊숙이 들어가 사계절의 흐름을 24시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오토캠핑은 ‘자연’이라는 키워드 말고도 ‘가족’이라는 키워드를 품고 있다. 각자의 일상에 바빠 얼굴 보기도 힘든 요즘 가족들도 캠핑장에서는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로부터 뚝 떨어져 나와 오롯이 서로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온 가족이 함께 텐트를 치고 요리를 하고 산책을 하며 보내는 시간은 특히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이 되고, 그들이 자라 어른이 되었을 때 그들의 아이들과 함께 또다시 텐트를 챙겨 여행을 떠나는 여유를 찾게 될 것이다.

오토캠핑은 하루 24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바삐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잠시 쉬어가는 법’을 알려준다. 텐트를 쳐 가족이 1박2일, 또는 2박3일을 보낼 집을 짓고 나면 사실 할 일이 별로 없다. 분과 초 단위로 시간을 쪼개며 사는 요즘 사람들에게 이러한 ‘시간의 바다’는 조금 당황스럽다. 이런 상황이 되면 그제야 앞만 보며 달리던 습관을 잠시 잊고 옆도 둘러보고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보게 된다. 바로 옆에 집을 지은 이웃과도 얼굴을 트고 서로의 ‘이익’이 전혀 개입되지 않은 순수한 관계를 맺기도 하고, 그저 흘려보내던 아주 작은 계절의 흐름에도 민감하게 된다. 시간을 누리는 법을 천천히 배워가는 것이다.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의자를 놓고 앉아 몇 시간이고 책을 읽어도 좋고, 그늘을 찾아 늦봄의 오수를 즐겨도 좋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을 자유, 자연이 그리고 캠핑이 선물하는 가장 큰 삶의 지혜다.

글=홍혜선, 사진제공=오토캠핑매거진

▶ 오토캠핑과 야영의 차이는 입식과 좌식에 있다. 높이 2m의 텐트 안에 의자와 테이블을 놓고 서서 생활할 수 있는 형태를 우리는 오토캠핑이라 부른다. 그리고 오토캠핑은 야외에서도 전혀 불편함이 없는 모든 조건이 충족되면서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레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