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 자살하면 6명 충격… ‘도미노 비극’ 심각
남겨진 자에게 돌림병처럼 번지는 죽음의 유혹 막으려면서울신문입력2013.01.08
[서울신문]"매일 밤 꿈에서 아들이 떨어지는데 아무리 잡으려고 해도 잡히지 않아요. 차라리 저도 같이 떨어져 버리면 이 고통이 잊혀질까요."
"딸이 자살하기 전 '엄마, 잘 지내'라는 문자를 보냈는데 바로 대처하지 못했어요.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면…. 저도 정말 따라가고 싶어요."(생명의 전화 등의 자살자 유가족 상담 내용)
전직 프로야구 선수 조성민씨가 지난 6일 전처인 최진실(2008년)씨, 그의 동생 최진영(2010년)씨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베르테르 효과'로 불리는 주변인 연쇄 자살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조씨와 최씨 남매가 한때 세간의 부러움을 샀던 유명인사였다는 점에서 일반인들이 느끼는 충격은 한층 크다.
전문가들은 조씨와 최진영씨의 자살에 대해 "가족 한명의 극단적 선택 이후 자살에 대한 금기가 무너져 일어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명이 자살했을 때 평균 6명이 심각한 충격을 받는다. 2011년 한해 국내 자살자가 1만 5906명이니 같은해 9만 5000여명이 주변인의 자살로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겪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남은자의 슬픔을 치유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확충해 자살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집단적 가치를 좇는 우리 사회 분위기 때문에 오히려 자살이 주변인으로 퍼지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한다.
김석호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등의 최근 논문에 따르면 가족 등 주변 사람이 자살했을 때 '자살 생각계수'(자살 생각을 할 가능성을 0에서 1사이의 값으로 표현한 것으로 1에 가까울수록 자살을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는 0.101을 나타냈다. 즉 주변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 자살할 가능성이 통계상 높다는 얘기다. 타이완에서도 가족 중 자살한 사람이 있으면 그러지 않은 경우보다 자살확률이 4.2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 2009년 '쌍용자동차 사태' 이후 해고 노조원 및 가족 23명이 연쇄 자살했고 2009년에는 단역배우 아르바이트를 했던 20대 여성이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목숨을 끊자 동생이 뒤이어 자살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청소년은 더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등의 지난해 논문에 따르면 친구의 자살 시도를 경험한 청소년의 자살생각 지수는 8.23점(38점 만점)으로 친구의 자살경험이 없는 학생(4.16점)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전문가들은 자살도 돌림병처럼 전염된다고 설명했다. 자살예방협회장인 하규섭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극단적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은 주로 가족한테 배운다"면서 "이 때문에 자살을 선택한 가족 구성원은 극단적 생각을 하기가 쉽다. 불만을 술로 풀던 아버지 밑에서 술꾼 아들이 자랄 가능성이 큰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설명했다. 자살 후유증 치료 전문가인 존 매킨토시 미국 인디애나대 교수에 따르면 자살자 유족이 경험하는 트라우마는 강간·전쟁·범죄 등을 경험한 사람과 비슷할 정도로 심각하다.
김다혜 생명의전화 사회복지사는 "유가족 자조 모임이나 정신과 상담 등을 통해 반드시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전태연 가톨릭 의대 정신과 교수도 "가족의 자살은 갑작스럽고 충격적인 상실이기에 가까운 사람끼리 보듬고 슬픔을 나눠야 하고 견디기 힘들면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이 필수"라고 밝혔다.
자살자 유족 자조모임 등에서 같은 아픔을 겪은 이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방법이다. 서울 자살예방센터의 유가족 자조 모임인 '자작나무'와 상담소 등을 찾는 인원은 2008년 22명에서 지난해 109명으로 늘었다.
------------------------------------------------------------------------------------------------
[자살이란 이름의 질병-(2부) 자살 치료 울타리를 넓혀라]
2. 남은 자들의 고통
서울시자살예방센터의 자살 유가족 모임 '자작나무'(자살유족의 작은 희망 나눔으로 무르익다) 회원들은 지난해 12월 첫 에세이집 '자작나무-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낸 다섯 사람의 이야기'를 펴냈다. 죄책감과 자책, 후회로 가득한 삶을 극복해 가는 모습이 담담하게 적혀 있다.
아들의 삶을 마주하다
"우리나라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인 것으로…." 자동차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들으며 이씨는 혀를 찼다. "요즘 애들은 의지가 약해서…." 일주일 뒤 이씨의 아들이 '나약한 요즘 애들' 중 하나가 됐다. 아들은 컴퓨터에 유서를 남기곤 아파트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
무기력해 보이는 대학생 아들이 못마땅했다. 어려서부터 친구들과 싸워도 맞기만 하던 아들이었다. 어느 날 저녁 평소와 다르게 상의할 게 있다며 말을 걸어왔다. 아르바이트하던 독서실 주인아주머니가 월급을 적게 줘서 최저임금 위반으로 고용노동부에 신고했다고 했다.
"이 비겁한 놈아. 아주머니는 그간 너를 보살펴 준 분인데 상의도 없이 뒤통수를 친 거냐?" 버럭 화를 냈다. 불똥은 아들의 진로 문제로 튀었다. "너, 목표가 뭐야?" 가뜩이나 진로 문제로 초조해 하던 아들은 별다른 표정 없이 "아버지, 제가 부담스러우세요?"라고 되물었다. 좀 심했다고 생각한 그는 "늦었으니 자라" 하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새벽 2시 잠을 깬 이씨가 거실로 나가자 아들이 있었다. "얼른 자라" 하고는 다시 방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그게 아들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었다. 아들은 유서를 쓰다 잠시 거실로 나왔던 거였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씨는 병원 냉동고에 놓인 차가운 아들의 손을 잡고서야 처음 이 말을 했다.
아들이 다녔던 학교, 어울렸던 친구들…. 이씨는 아들이 죽은 이유를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헤맸다. 늘 아들에게 "취미도, 꿈도 없다"고 나무랐지만 실은 자신이 아들을 전혀 몰랐다는 걸 깨달았다. 친구들은 아들을 오페라 좋아하고 판타지 소설과 J팝(일본음악)에 심취했던 아이로 기억했다. 아들의 장례식장에는 수많은 친구들이 찾아왔다. 연애도 못할 줄 알았는데 제법 근사한 여자친구도 있었다.
어느 날 죽은 아들의 방에 들어가 아들이 입던 옷을 입어보고 아들이 보던 책을 읽었다. 이씨는 "비로소 아들의 삶을 이해하고 내가 그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생각에 다시 한번 일어서기로 했다"고 회상했다. 가장 먼저 한 건 금주였다. 그리고 대리운전 일을 시작했다. 차에 탄 손님들과 인생 이야기를 하며 누구나 다 힘들게 살고 있음을 절감했다.
세상 밖으로 내딛는 용기
박정은(가명·51·여)씨의 남편은 10년 전 사업에 실패해 도망치듯 태국으로 떠났다. 잠시 귀국했던 날 그는 "가기 싫다. 정말 태국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혼잣말을 반복했다. 그리고 보름 뒤 사랑하는 가족과의 영원한 이별을 택했다.
박씨는 에세이집에 쓴 '지옥으로부터의 자유'란 글에서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당장 남편을 따라가고픈 충동이 들었다. 그러나 생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그 순간, 큰 두려움이 밀려왔다"고 썼다. 박씨는 남편과 같은 선택을 하지 못했다. 그 죄책감은 10년간 박씨를 괴롭혔다.
그를 다시 세상으로 이끌어준 것은 군에 입대하며 아들이 남긴 수첩이었다. 열한 살에 아빠를 잃은 아들은 '너무나도 사랑했던 아빠에게 마지막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해 속상하다'고 적었다. 박씨는 그날 정신건강상담센터를 찾았고, 자작나무 모임에도 나가기 시작했다.
자작나무 회원들은 한 달에 한 번 모임을 갖고 이야기를 나눈다. 현실을 비관하며 감상에 젖는 대신 이성적인 조언을 건네며 여러 번 딱지가 벗겨진 상처를 위로한다. "열심히 살았구나" "많이 힘들었겠구나" 하는 말이 가장 많이 오간다고 한다.
에세이집은 회원들이 각자 '나의 역사'를 써내려갔던 작업의 결과물이다. '자살자의 가족'이라는 멍에 대신 본래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써보는 과정이었다. 박씨는 "우리는 함께 모여 이야기하며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그려진 지도를 만들어갔다. 에세이 작업을 하면서 아무리 발버둥 쳐도 헤어날 수 없었던 슬픔으로부터 미끄러지듯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목회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3년 사순절 달력입니다 (0) | 2013.02.12 |
---|---|
설날의 유래와 설날 신앙인의 자세 (0) | 2013.02.09 |
겨울철 정전대비 위기대응 훈련안내 - KEPCO (0) | 2012.12.30 |
Merry Christmas & Happy New Year (0) | 2012.12.25 |
[스크랩] 말라위 고아들에게 사랑의 산타가 되어주세요! (0) | 2012.1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