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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단상

당신은 죽어요, 그런데 안 죽어요

by 서귀포강변교회 2013. 3. 16.

 

당신은 죽어요, 그런데 안 죽어요

- 1997년 소천하신 안이숙 선교사 지음

  

왜 죽어요

당뇨병으로 병원에 몇 년을 들락거리다가 거의 죽게되어 입원 중인 환자 가족의 간절한 청원으로 병원에 심방을 갔다. 평생 나를 한번 보기를 원했다고 하는 병자가 이제 거의 숨이 끊어지게될 판이라는 소식을 듣고 안갈 수가 없었다. 나는 그 교회 권사님과 함께 환자의 동생이 운전하는 차로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

 

환자는 이제 겨우 50이 넘은 부인인데 아들과 딸 넷을 기르느라 수고도 많았고, 또 남편은 공장에서 기술자로 일하는 분이었다.

 그 동생되는 분이 환자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

 "언니! 언니가 늘 보고싶어하던 안이숙 선생님이 오셨어요."

 환자는 눈을 뜨고 나를 보더니 머리를 들려고 애쓰며 약하고 가는 소리로 말했다.

 "안 선생님? 아이구!"

 나는 그 옆에 바싹 다가앉으면서 그의 손을 붙잡았다.

 "움직이지 마세요. 제가 옆에 왔으니까요"

 그는 만족한 듯이 그러나 몹시 피곤한 듯이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

 나는 더이상 그에게 방해되지 않으려고 손을 잡은해로 얼마동안 그를 지켜보았다. 나는 조용한 음성으로 요한복음 10장 27절을 외웠다.

 "내 양은 내 음성을 들으며 나는 저를 알고 저는 나를 따르느니라.

 내가 저에게 영생을 주노니 영원히 멸망치 아니할 터이요. 또 저희를

 내 손에서 빼앗을 자가 없느니라..."

 나는 환자가 내가 외우고 있는 성경 말씀을 듣고있는 것같이 느껴져서 그에게 기쁨과 승리의 평강을 주시라고 기도를 드리고는 얼마동안 그를 지켜보았다.

 

나는 동생의 재촉을 받고서야 병실을 나왔다.

"선생님! 제 언니가 눈을 뜨고 움직인 것은 기적이었어요. 저렇게 거의 혼수상태인데 말이에요. 그런데 눈을 뜨고 인사까지 하지 않았어요? 참 놀라와요." 

그렇게 말하면서 복도로 나왔을 때 어떤 부인이 부랴부랴 걸어오더니 환자의 동생을 보고 대뜸 소리쳤다. 

"당신네들은 예수를 믿고 모든 것이 잘 된다고 허황된 소리를 하지만, 봐요. 뭐가 다 잘된거요? 아이들, 남편 다 남겨두고 저 모양으로 죽으니 그게 모두 잘된거란 말이에요?"

 

분개한 언사였다. 이 부인(환자동생)은 내게 미안한지 나를 보면서 말했다. 

"선생님! 이분은 사촌 언니이신데 전(全) 부인이세요." 

나를 그녀에게 소개하고 좋은 말들로 나를 추켜올렸다. 

전 부인은 나를 한참 보더니 공손히 머리를 숙였다.

"말을 함부로 해서 죄송하고 실례했습니다. 나는 착하고,  양순하고,  사랑이 많은 언니가 그 몹쓸 병에 걸려서 고생하다가 저렇게 50세도 안되어 죽는 것이 너무 가슴이 아파서 그렇게 말한거에요. 용서해주세요."

 우리와 동행했던 권사님이 나서면서 말했다.

 "자, 지금 안 선생님을 모시고 식사를 대접하려고 레스토랑에 가는 길인데 같이 가셔서 이 훌륭하신 선생님과 가까워지기도 하고 또 좋은 말씀도 들어보세요." 

권사님은 그를 끌고 가기위해서 나를 공연히 이용했다. 그는 불신자인 것이 분명했고, 또 권사님이 그를 주님 앞으로 인도하려고하는 간절한 마음도 보여졌다.

 

그래서 우리는 다같이 중국 회관에 가게되었다. 사실 나는 할 일이 있어서 속히 집으로 돌아오려고 했었다. 그런데 사정이 이렇게 되다 보니 뿌리치고 집에 돌아올 수가 없었다.

식사 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회관에는 손님이 별로 없었다. 우리는 조용한 좌석을 찾아 앉았다. 권사님이 주문한 요리를 기다리면서 대화는 자연히 당뇨병 환자에 관한 이야기가 오고갔다. 전 부인은 분통이 터지듯이 말했다.

 "글쎄, 그렇게 착한 언니가 왜 저렇게 고생만 하다가 가야하는지, 언니는 이민와서 애기낳고 기르고, 남편 뒷바라지하고 죽을 힘을 다해서 살았는데 말이에요.

더욱이 교회를 열심히 다녔는데 왜 저렇게 죽어야하지요? 너무 불쌍하고 비참하단 말이에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언니가 죽으면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거죠?

형부는 언니 없으면 못사는 분이에요. 형부가 아이들을 데리고 언니 없이 살아갈 것을 생각하니까 너무 비참해요.

더구나 언니는 고생중에 병을 얻어 음식도 제데로 못먹고 저런 청춘에 죽어야하다니 하나님이 정말 계시다면 그럴 수 있겠어요? "

 

그가 울먹이면서 하는 말은 너무 상심되어 견딜 수 없는 사랑과 동정과 분노에서

쏟아져 나온 언사였다.

"글쎄, 왜 저렇게 죽어야해요? 저 나이에, 그리고 저 가족을 놔 두고, 왜? 왜?"

막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은 기세에 권사님은 그의 손을 꽉 잡으면서 뭐라고 위로를 하였다.

이에 환자 동생도 울먹이면서 심히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내가 무어인가 말하기를 원하는 표정이었다.

"언니는 죽는 것이 아니에요. 죽어서 영원히 살러 가시는거라구요. "

 

나는 이렇게 말하고 성경책을 펴서 고린도후서 5장을 찾아 1절을 읽으라고 했다.

그는 그렇지 않아도 어리둥절했었는데 내가 성경을 펴주면서 읽으라고 했고, 권사님의 강한 권유로 그는 하는 수 없이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

 "만일 땅에 있는 우리의 장막 집이 무너지면 하나님이 지으신 집, 곧 손으로 지으신 것이 아니요, 하늘에 있는 영원한 집이 우리에게 있는 줄 아나니! "

 

"보세요. 땅에 있는 우리 집이라고 했지요? 땅에 있는 우리 육체는 집이라고 했습니다. 집이란 말입니다. 이 집은 무너집니다. 그것을 우리가 죽는다고 말하는 것인데, 집이 오래되면 낡아져서 지붕이 헐고 기둥이 기울어지고, 창문도 낡아져서 모든 것이 초라하고 보기 싫도록 약해져서 쓰러지는 것입니다. 그와같이 우리 몸의 지붕과 같은 머리는 머리카락이 다 빠지고 하얗게 백발이 되고, 집의 기둥인 다리는 흔들흔들 떨리고, 들창문 같은 눈은 흐리고 뿌옇게 보입니다. 모든 집의 모양이 초라하고 보기 싫은 것같이 힘이 없고, 바람이 불면 낡은 집이 흔들흔들하고 소리를 내는 것같이 숨이 차서 헐떡거리며 마침내 무너지듯 죽는 것입니다. "

 

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집은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닙니까? 집이 무너지면 사람도 집에서 나와야하지요. 집, 즉 내 육체는 내가 살아있는 동안 내가 쓰고있는 집이라는 말이지요. 집이 무너지면 내가 그 집에서 나오는 것같이 육신이 죽으면 나는 내 육신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육체는 내 자신이 아니고 잠깐 들어가 사는 집이 됩니다. 나는 육체 속에 살아있는 동안, 그 육체 안에서 숨쉬고, 가고, 오고, 먹고, 자고, 일

하고, 생각하면서 살아있다가 육체가 죽으면 나는 그 육체 속에서 빠져나온다는 것입니다.

내가 육체 속에서 나오면, 육체는 죽은 것이니까 흙으로 돌아가게되는 것입니다. 흙에서 온 육체는 흙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지만, 그 육체 속에 하나님이 부어넣어주신 영이기 때문입니다.

 

흙으로 나온 육신은 죽어서 흙이 되지만 하나님에게서 나온 영은 육신이 죽는 순간 그 육체에서 곧 빠져나와 하나님께로 왔으니 영원히 사는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영은 죽지 않습니다. 죽을 수가 없습니다. "

 

나는 그들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그 영은 영원히 사는데, 어디에서 영원히 사느냐가 가장 큰 문제가 됩니다.

세상에서 집을 마련한 사람들은 아무리 비가 오고 갈 길이 험해도 자기 집으로 매일 돌아갑니다.

그러나 집이 없는 사람은 거지처럼 잘 곳도 쉴 곳도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영이 살아있는 동안 영원한 천국을 준비한 사람은 준비된 대로 천국을 찾아가는 것이고, 아무 준비도 없이 제멋대로 살다가 죽으면 거지가 갈 데 없는 것같이 갈 곳이 없습니다. 세상에 사는 동안 자기를 지어주신 하나님을 거역하고, 현실에만 급급하며, 악마의 추종자가 되어서 마귀가 하라는 대로 살면서 끝내 불신하고 살다가 죽은 사람은 악마를 위해 준비되어 있는 지옥에 악마를 따라서 떨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은 죽는다는 일은 잠시 살던 집에서 나와 영원히 사는 길을 떠난다는 뜻이란 말입니다. 그러니까 그 언니는 지금 잠깐 살던 집이 사고가 생겨서 그 집에서 나와 영원히 사는 집으로 이사를 해야한다는 말입니다."

 

계속해서 나는 그 환자의 동생에게 말했다.

"언니뿐만이 아니지요. 누구나 다 이 무너지는 집에서 꼭 한 번은 빠져나오게 되어있습니다.

다 죽는다구요. 그러나 그 집에서 빠져나온 사람은 결단코 죽지 못해요. 영영 살게된답니다.

전 부인, 당신도 언제가는 죽을거에요. 꼭 죽어요. 그런데 죽고보니 안 죽었어요. 영영 사는 전 부인이라는거에요. 육체로 사는 동안에는 아무리 죽지 않으려고 별별 안간 힘을 다 써도 죽어요.

그런데 일단 죽어서 육신을 벗어나온 영은 아무리 죽으려고 안간 힘을 다 써도 죽어지질 않는거에요. 안 죽어요. 못 죽는단 말입니다. "

나는 숨을 들이쉰 후 말을 계속했다.

 

"자 . 그러면 생각해 봅시다. 잠깐 쓰고있는 이 육체만 살 것인가, 아니면 죽지 않는, 죽을 수 없는 영원히 사는 나를 위해서 살 것인가!

세월은 우리가 깨닫든지 말든지 간에 빠르게 지나가고있습니다.

세월은 사정도 기회도 영유도 주지 않고 계속 흘러갑니다.

우리는 이 쓰고있는 집이 무너지기 전에 재빨리 영원히 살 집을 위해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언제 어떻게 무너질는지 모르는 이 장막의 위험을, 즉 언제 올지 모르는 죽음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용단을 내려서 준비하고있어야 한다는거에요.

 

언제 어떻게 무너질지 모르는 집 안에 앉아서 돈만 세고있다가 집이 무너진다면

빠져나온 내가 어디로 갈 것인가를 한 번 생각해보세요. 잔치와 돈이 문제가 되겠어요?

준비하지 않아도 갈데가 없는데? 그러한 영혼은 으레 악령에게 끌려가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영영 살 수 밖에 없는 지옥이 그의 영원한 집이 된다는 말입니다.

시간이 없다. 취미가 없다. 믿을만한 처지가 못된다. 무식했다. 몰랐다 등의 핑계는 죽고보면 후회가 됩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이렇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

 

나는 이렇게 말을 맺었다.

"전 부인! 언니가 죽는다고 원말하시지요? 다 그렇게 누구나 가야하는거라구요.

가는 길을 가고있는거란 말입니다. 죽어요. 누구나 다 죽습니다. 그렇지만 또 누구나 다 안 죽어요. 못 죽어요. 영원히 영원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