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목회단상

한장 남은 달력

by 서귀포강변교회 2013. 12. 3.

 


세상을 살다 보면 가끔 정신이 번쩍 드는 때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는 매년 한 번씩 겪는 연말의 충격이 아닌가 합니다. 한 장 남은 달력을 쳐다보면서 또는 이제 하루 남은 한 해를 생각하면서 '벌써 세월이 이렇게 지나갔구나! 내 나이가 벌써 몇 살이지? 정말 너무 빠르다.' 하는 독백을 마음속에 주고받으며 충격을 받는 때가 있습니다.

한 장 남은 달력을 열면서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새 달력을 펼치면서 새로운 각오와 다짐을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2월, 한 해를 완성해야 할 달입니다. 분명 목표를 향해 힘껏 뛴 것 같은데, 뒤돌아보니 이룬 것 없이 시간에 허겁지겁 끌려 다닌 한 해가 아니었는지…또다시 마음이 다급하고 다른 한편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시인 이해인이 쓴 시구 가운데 마음에 감동을 일으키는 구절이 하나 있습니다. '12월만 남아 있는 한 장의 달력에서 나뭇잎처럼 우수수 떨어져 나가는 시간의 소리들은 쓸쓸하면서도 그립고 애틋한 여운을 남깁니다.' 이 말에 연말이 되면 누구나 공감을 할 수 있는 어떤 감정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해를 마감하는 달, 12월. 대학입학 면접을 앞둔 수험생이든, 취업을 해야 하는 구직자든 끝까지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인생은 어차피 ‘미완성’이라고들 하지만 성공은 늘 도전하고 성취하며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준비된 자들의 것입니다.

내일에 대한 설계가 중요하지만 한 해의 마감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사람은 나이에 따라서 관심사와 집중하는 일이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논어라는 책을 성경처럼 읽진 않지만 그 책도 성인이 쓴 지혜의 글이기에 가끔 들어야 될 말씀들이 있습니다.

거기에 보면 10대 중반부터는 '지학'(志學)이라 하여 학문에 뜻을 두고 살아야 된다고 합니다. 20대가 되면 '약관'(弱冠)이라고 하는데 어른으로서 첫발을 내딛는 시기이므로 인생의 목표를 세우는 데 집중해야 된다고 합니다. 30대는 '이립'(而立)이라 하여 자기 전문영역에 기초를 열심히 닦아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는 꿈을 가져야 된다고 합니다.

40대는 '불혹'(不惑)이라 해서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고 세상일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가 됩니다. 이때는 자기 얼굴을 책임질 수가 있는 프로가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얼굴값을 해야 된다는 말입니다. 50대는 '지천명'(知天命)이라 해서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로 전체를 꿰뚫는 통찰력을 가지고 모든 상황을 통합, 조정할 수 있는 넓은 시야를 지닌 사람이 되어야 된다고 합니다.

60대는 '이순'(耳順)이라고 하여 모든 면에서 원숙한 자리에 이른다는 말입니다. 이때는 자기를 이을 후배를 양성하고 세우며,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데 전력을 쏟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귀담아 들어야 할 지혜라고 봅니다.

스위스에 있는 한 유식한 노인이 컴퓨터를 가지고 자신의 인생 80년을 분석해 봤다고 합니다. 그러자 80년 가운데 잠자는데 26년, 먹고 마시고 식사하는 데 6년, 사람을 기다리며 약속을 지키는 데 5년, 그리고 직장에서 일하는 데 21년을 보낸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소하게 들어가는 시간들을 계산하고 나자 실제로 '내 시간이다. 정말 가치 있고 보람되게 보냈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은 80년 가운데 2년이나 2일도 아닌 46시간 밖에 안 남는다고 합니다. 따라서 빠르고 짧은 인생이기에 우리가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지난 한해동안 평범하게 반복하면서 보낸 365일을 돌아봅시다. 아쉬움이나 후회가 없었는지 한번 돌이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는 사람처럼 한 해를 보냈는지, 혹은 깨어있는 사람처럼 한 해를 보냈는지 우리 자신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이런 각성은 소망 있는 미래를 꽃피우기 위해 꼭 필요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세네 가지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로 얼마나 성실하게 살았는지를 반성해 보아야 합니다. 즉 매일 매일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았는지 한 해를 돌아봅시다. 인생이란 생각보다 짧습니다. 하나님은 말씀을 통해서 이 사실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br>욥기서 14장 1, 2절을 보면 얼마나 실감나게 이 사실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여자가 낳은 사람은 사는 날이 얼마 되지 않고 고난으로 가득해 꽃처럼 피어났다 시들어 버리고 그림자처럼 덧없이 사라지는데 이와 같이 인생을 세 마디로 요약하고 있습니다.

'짧다. 빠르다. 괴롭다.' 이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인생을 잠깐 살다 가면서 '세월아, 네월아' 하며 적당히 살만한 여유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성실하게 살아야 합니다.

세상 적으로 재미있게 사는데 마음이 자꾸 끌려갑니까? 돈을 쌓는데 신경을 곤두세웁니까? 그렇다면 굉장히 위험합니다. 주일날 교회 와서 예배는 드릴지 몰라도 잘못하면 잠을 자거나 졸 수 있습니다. 정욕의 옷을 입은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자신을 돌아봅시다.

만에 하나라도 나에게 이런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스스로 자신을 흔들어 깨우고 하나님 앞에 회개하는 시간을 가지십시오. 그럴 때 비로소 우리가 새로워질 수 있습니다. 가정이나 직장, 혹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도 서로 잘하라는 의미로 바른 말을 전하면서 너무 상대의 아픈 곳, 감추고 싶은 곳까지 건드리고 들춰내고 찌르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지 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깨어있는 삶 되기란 그리 쉬운 게 아니지만 푸르른 상록수 같은 의연함으로 한 세상 좋은 사람들과 더불어 좋아하는 주님 일 하면서 얼마 남지않은시간을 좀 더 보람 있게 주님을 기쁘시게 해 드리는 일, 가슴 설레며 동행하는 삶, 주님과 대화하는 기도의 시간, 주님의 사랑의 향기를 전할 수 있는 우리 모두가 되길 소망합니다.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관심을 갖고 좀 더 여유롭고 풍성한 삶을 살아 낼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따스한 정 느끼며 살아가고픈 삶의 12월 이제 한 장 남은 달력 앞에서 다시금 시작될 시간을 생각합시다. 떠오르는 태양이 눈부시지만 지는 해가 더 아름다운 것처럼….

♬ 오늘도 하룻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