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면 윤 일병, 터지면 임 병장".. '훅' 파고든 강렬한 메시지
쿠키뉴스 김민석 기자 입력 2014.08.06 16:42
표어 같은 이 말이 인터넷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경남 진주에 사는 조현진씨가 한 지상파 방송 뉴스 인터뷰에서 처음 한 말이 큰 공감을 얻고 있는 겁니다. 정확하게 "아닌 말로 군대 가서 참으면 윤 일병 되는 거고 못 참으면 임 병장 되는 현실에서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군대에 보내겠습니까"라고 말했습니다. 네티즌들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며 보도 화면 캡처 사진을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 날랐습니다.
↑ SBS 뉴스보도 캡처
↑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정곡을 찌른 말입니다. 윤 일병은 구타와 가혹행위를 참다가 목숨을 잃었고, 임 병장은 따돌림과 무시를 참다못해 총기를 난사하고 말았으니까요. 물론 상관 및 동료들에게 총부리를 겨눈 임 병장의 행동을 옹호할 생각은 없습니다.
윤 일병에게 가해진 폭력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군 인권센터가 공개한 군 수사기록에 따르면 선임병들은 윤 일병에게 치약 강제로 먹이기, 개 흉내시키기, 바닥에 뱉은 가래침을 핥게 하기 등을 자행했습니다. 연고제를 성기에 바르게 해 성적 수치심까지 줬다고 하니 이 정도면 살아있어도 산 것이 아니었을 겁니다.
네티즌들도 충격이 컸던 것일까요. 군대 내 폭력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가 느껴집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20~30대 남성들 사이에선 "군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라거나 "외부에 알려봐야 더 악화될 뿐"이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의 게시물이나 댓글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윤 일병을 주동해서 괴롭혔던 이모 병장 역시 선임병들의 괴롭힘에 시달리다 부대를 옮겨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물림되고 있는 군대 내 악습들을 이제야말로 끊어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습니다.
'군대에서 가혹행위 당할 때의 팁'이라는 제목의 글도 인터넷에서 주목 받고 있습니다. 10개 항목으로 구성된 이 글은 '괴롭힘을 당하는 즉시 헌병대와 부모에게 사실을 알리고 언론에도 제보하는 등 일을 크게 만들어라'로 요약됩니다. 이 글에 따르면 같은 부대 사람들은 물론 소원수리함 역시 믿어선 안 됩니다. '왕따'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임 병장이나 윤 일병처럼 되는 것보단 천만 배 나은 방법이라는 말이 뒤따랐습니다. 네티즌들은 자신의 경험을 보태며 "군대야말로 가장 의리 없는 곳이다" "부당함에 저항하는 사람들끼리 뭉칠 수도 있다" "헌병대 역시 100% 믿으면 안 된다" 등의 댓글을 달며 동조하네요.
군대 내 대형 사건·사고는 반복됐습니다. 2008년 철원 GP에선 이등병이 내무반에서 수류탄을 터뜨렸고, 2011년엔 해안초소에서 근무하던 해병대 병사가 총기를 난사했습니다. 2014년엔 임 병장이 추격전까지 벌였죠. 모두 군대 내 악습이 근본적 원인이었습니다. 국방부는 '병영 문화 쇄신'을 외쳤지만 나아진 건 없습니다.
이미 많이 늦었습니다. 이번에야 말로 가해자들과 책임자들을 처벌하는 것으로 끝낼 게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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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일병, 온몸 멍든 채 '가족 면회' 기다렸다
SBS 안정식 기자 입력 2014.08.07 21:50 수정 2014.08.07 22:30윤 일병은 의무대로 전입한 뒤에 마지막 날까지 수첩에 꼼꼼히 메모를 해왔습니다. 한번 보겠습니다. 업무에 충실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가족을 만날 수 있는 면회와 외박을 학수고대했습니다.
안정식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윤 일병이 숨지기 전까지 수첩에 작성했던 메모입니다.
3월 27일 작성한 메모에는 4월 11일이라는 날짜와 면회 또는 외박이라는 글씨가 써져 있습니다.
대대 확인과 행정반이라는 글자도 있는 것으로 보아, 면회나 외박이 가능한지를 부대 행정반에 알아보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3월 28일에 부대개방 행사가 예정돼 있었지만, 윤 일병은 선임병들의 구타로 몸에 멍이 들고 다리를 절어 선임병들의 반강제적 권유로 가족과의 면회를 연기한 상태였습니다.
대신 2주 뒤인 4월 11일에 가족과 만날 꿈에 부풀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윤 일병이 작성한 다른 메모에는 업무를 익히기 위해 노력했던 부분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전화를 받을 때와 전화를 끊을 때 전화를 바꿔줄 때 해야 할 말을 일일이 적어놨습니다.
사단 의무대 같은 관련 사무실 전화번호와 의무반을 찾았던 환자들과 관련된 사항도 정리해 놨습니다.
신병으로서 업무에 적응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윤 일병은 더 많은 메모를 남겼지만, 상당 부분은 윤 일병 사망 후 가혹행위가 알려질 것을 두려워한 선임병들이 찢어서 폐기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최진화)
안정식 기자cs79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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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2014.08.13 17:35
박 대통령은 이날 국방부에서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가 전장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할 전우이자 부모들이 애간장을 태우며 무사하기를 바라는 소중한 자식”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동부 전선 GOP(일반전초) 총기사고와 뒤늦게 밝혀진 윤일병 사건은 결코 있어서는 안될 사건으로 군 선임병이 직위를 이용해 부하를 괴롭히고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근본적 의식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잇따라 터진 군부대 사건으로 자녀를 군에 보낸 부모와 가족의 군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며 “그 불신을 신뢰와 믿음으로 바꿀 무거운 책임이 군 지휘관에게 있다는 것을 통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군 수뇌부는 이 상황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모든 역량과 노력을 투입해 하루빨리 새로운 병영문화를 만들어 부모들이 안심하고 자제를 군에 보낼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젊은이들이 자랑스러운 국방의무를 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은 지휘관에게 부여된 가장 중요한 사명이자 책임”이라며 “나라를 위해 병역의 의무를 택한 젊은이 가슴에 피멍이 들지않고 용기와 사기가 꺾이지 않도록 할 의무가 여러분에게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최근 관람한 영화 ‘명량’을 의식한 듯 “이순신 장군이 적과의 전투에서 맨 앞에 선두에 서서 부하에게 희망과 용기를 줬듯 여러분도 그런 지휘관이 돼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현우 기자, 사진 이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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