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28사단 윤 일병 사망 사건

윤 일병, 온몸 멍든 채 '가족 면회' 기다렸다

SBS | 안정식 기자 | 입력 2014.08.07 21:50 | 수정 2014.08.07 22:30
 
<앵커>
윤 일병은 의무대로 전입한 뒤에 마지막 날까지 수첩에 꼼꼼히 메모를 해왔습니다. 한번 보겠습니다. 업무에 충실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가족을 만날 수 있는 면회와 외박을 학수고대했습니다.

안정식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윤 일병이 숨지기 전까지 수첩에 작성했던 메모입니다.
3월 27일 작성한 메모에는 4월 11일이라는 날짜와 면회 또는 외박이라는 글씨가 써져 있습니다.

대대 확인과 행정반이라는 글자도 있는 것으로 보아, 면회나 외박이 가능한지를 부대 행정반에 알아보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3월 28일에 부대개방 행사가 예정돼 있었지만, 윤 일병은 선임병들의 구타로 몸에 멍이 들고 다리를 절어 선임병들의 반강제적 권유로 가족과의 면회를 연기한 상태였습니다.
대신 2주 뒤인 4월 11일에 가족과 만날 꿈에 부풀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윤 일병이 작성한 다른 메모에는 업무를 익히기 위해 노력했던 부분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전화를 받을 때와 전화를 끊을 때 전화를 바꿔줄 때 해야 할 말을 일일이 적어놨습니다.
사단 의무대 같은 관련 사무실 전화번호와 의무반을 찾았던 환자들과 관련된 사항도 정리해 놨습니다.
신병으로서 업무에 적응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윤 일병은 더 많은 메모를 남겼지만, 상당 부분은 윤 일병 사망 후 가혹행위가 알려질 것을 두려워한 선임병들이 찢어서 폐기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최진화)
안정식 기자cs79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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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보더니…  박 대통령 “부모 마음 짓밟으면 책임 물어야, 이순신 장군 같은 지휘관 돼 달라”
  • 입력:2014.08.13 17:35 
‘명량’ 보더니… 박 대통령 “부모 마음 짓밟으면 책임 물어야, 이순신 장군 같은 지휘관 돼 달라” 기사의 사진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부모 마음을 짓밟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 이상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군을 강도 높게 질타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방부에서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가 전장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할 전우이자 부모들이 애간장을 태우며 무사하기를 바라는 소중한 자식”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동부 전선 GOP(일반전초) 총기사고와 뒤늦게 밝혀진 윤일병 사건은 결코 있어서는 안될 사건으로 군 선임병이 직위를 이용해 부하를 괴롭히고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근본적 의식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잇따라 터진 군부대 사건으로 자녀를 군에 보낸 부모와 가족의 군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며 “그 불신을 신뢰와 믿음으로 바꿀 무거운 책임이 군 지휘관에게 있다는 것을 통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군 수뇌부는 이 상황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모든 역량과 노력을 투입해 하루빨리 새로운 병영문화를 만들어 부모들이 안심하고 자제를 군에 보낼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젊은이들이 자랑스러운 국방의무를 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은 지휘관에게 부여된 가장 중요한 사명이자 책임”이라며 “나라를 위해 병역의 의무를 택한 젊은이 가슴에 피멍이 들지않고 용기와 사기가 꺾이지 않도록 할 의무가 여러분에게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최근 관람한 영화 ‘명량’을 의식한 듯 “이순신 장군이 적과의 전투에서 맨 앞에 선두에 서서 부하에게 희망과 용기를 줬듯 여러분도 그런 지휘관이 돼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현우 기자, 사진 이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