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찌는 7월의 한 여름. 28명의 한국인 여행객들은 KLM 편으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경유하여 이집트 카이로를 둘러보고, 시나이반도 동쪽끝 누에바 항구에서 여객선으로 요르단 아카바로 들어가서 암만을 거쳐 이스라엘로 들어가는 성지순례여정을 떠났다.
흥분되는 마음을 뒤로하고 11시간을 날아 도착한 암스테르담 국제공항.
인종전시장을 방불케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지루한 시간을 보낸끝에 노스웨스트 항공편으로 이집트 카이로를 향했다. 현지시각 새벽 1시경에 도착하여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를 이겨내면서 '3 피라미드'호텔로 향했다.
4시간 쯤 잠깐 눈을 붙이고 호텔제공의 조식후 찬란한 역사의 현장인
이집트박물관으로 향했다. 이집트의 도로는 차선의 구분이 불명확하다. 서로 헤집고 들어가면 길이 되는 것이고 그러다가 자동차 사고가 나면
"인샬라(신의 뜻대로)"를 반복하면서 서로의 차를 이동시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미이라를 보고 피라밋 속으로 들어가면서 흥분의
연속이었던 우리 일행은 카이로의 야시장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서너팀으로 분산하여 몇시까지 어디로 나오라고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우리네 중소도시
야시장을 보는듯한 기분으로 작은 병에 담긴 향수병을 사서 화장지로 단도리를 하고 이것저것을 더 구경하였다.
결국 약속한 시간을 훨씬
넘어서서 혼자 호텔로 향해야만 했다. 그런데 길을 모르는데 어떻게 간단 말인가? 시간은 자정으로 향하는데 두건을 쓴 이집트인들에게 말을 걸기가
쉽지 않았다. 사회주의국가요 아랍국인 이집트인들에게 무엇을 기대한단 말인가? 짧은 영어로 물어도 아랍어로 답하는 그들에게 무엇을 기대한단
말인가? 속으로 절망하며 뛰기 시작했다.
서서히 식은 땀이 나기 시작하였다. 작은 유리향수병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깨지든 말든 뛰기 시작했다. 밤길에 아랍인들 틈에서 혼자가 되었으니 얼마나 공포가 몰려왔는지 모른다. 불이 훤히 켜진 가게가 보일때마다 무작정 들어가서 투숙하고 있는 호텔이름을 말하고 도움을 청했다. 짧은 영어에 몸짓 발짓 다 동원하여 도움을 청하니 그들도 어이가 없는 모양이다. 그러다가 자정을 넘기고 말았다. 우리 일행들이 나를 찾기위해 밤잠도 설치면서 기다릴 모습이 생각나니 얼마나 미안하던지.
거의 울듯한 표정으로 귀금속취급점을 향했다. 이제 막 문을 닫으려는 주인이 밖으로 나왔다. 그에게 도움을 청했다. "Three Pyramid Hotel !"을 외치면서 땀흘리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쳐다보니, 이 낯선 이방인이 안되어 보였던지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에게 따라오라고 손짓을 한다. 겉으론 환호성을 부르면서 그를 따라 갔다. 그러나 속으론 은근히 겁이 났다. 흰 옷으로 온 몸을 두르고 있는 이 남자가 나를 으슥한 곳으로 데려가서 흉기를 들이대는 것은 아닌지 또 다른 위기의식이 나를 긴장케 했다. 그러나 그들의 말대로 "인샬라(신의 뜻대로)"를 되내이면서 신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한참을 돌아 골목길을 빠져나오니 대로변에 위치한 호텔이 보였다. "땡큐, 땡큐"를 반복하며 무언가를 꺼내서
고마움을 표하려고 했으나 오히려 나에게 악수를 청하고는 자신의 갈길로 가는 것이 아닌가?
순간 나의 편견이 부끄러웠다. 아랍인들에 대한
나의 편견이 그 사람의 순수한 마음을 훼손한 것 같아 몹시 미안했다.
호텔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동료들에게 잊지못할 순간을 전하면서
비로소 긴장이 풀어졌다. 이 세상 어디서든 인간만이 줄 수 있는 사랑을 나 또한 전하리라 다짐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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