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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단상

평범한 할머니가 말하는 '노무현 추모' 시국

by 서귀포강변교회 2009. 6. 1.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열기는 세상을 뜨겁게 달구었지요. 많은 사람들이 미안함에, 새삼 고마움에 눈물을 흘렸지요. 곁에 있을 때는 소중함을 모르다가 떠나고 난 뒤, 후회하는 일은 늘 되풀이 됩니다. 정권교체 뒤 잔인하게 진행된 ‘노무현 지우기’를 떠올리며, 생중계되는 ‘마녀재판’을 즐기고 덩달아 욕하던 자신을 떠올리며, 사람들은 이제야 몸서리치며 분노하고 슬퍼합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으로 사회 분위기가 뒤집혔으나 냉정하게 눈을 2주 전으로만 돌려봐도 대부분 사람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씹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이 모든 게 놈현 때문이다’ 정서를 갖고 있는 분들은 많이 있습니다. 특히 노년층일수록 그런 생각은 강하지요. 추모 열기를 마뜩찮아 하는 ‘평범한 할머니’와 이야기 나눠보았습니다.

30일 새벽 기습적인 경찰의 강제철거 이후 시민들이 겨우 수습해서 다시 설치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분향소 뒤로 진압복을 입은 경찰들이 줄지어 서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대통령까지 한 사람이 죽는 건 말도 안 돼, 추모 열기, 왜 그 난리하는지 모르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죽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대통령까지 해먹었으면 이 나라를 위하여 무슨 고통이 있더라도 사는 게 원칙이죠. 죽는 건 말도 안 되는 거예요, 그렇잖아요. 사람이란 게 높은 곳에 있다가도 낮은 곳에 내려가는 거고, 인생은 굴곡이 있는 건데, 그렇다고 해서 지가 목숨을 끊으면 돼요? 대통령까지 한 사람이. 말도 안 되는 거예요. 죽으면 뭐하자는 거예요?”

 

-추모 열기로 일주일이 뜨거웠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너무들 해요. 국민들이 왜 그 난리하는지 모르겠어요. 앞으로 자기 살 생각을 하고 그래야지, 그런 한 사람 죽었다고 그렇게 난리치면 뭐해요. 요 때다 싶어서 이북에서 미사일 쏴올리잖아요. 나라가 흔들리니까 요놈들 봐라. 그런 거잖아요. 안 그래요? 뻔하죠. 혼란을 틈타서 그놈들이 쏴올리는 거예요. 또 한 번 이북에서 일어설 거 같아요.

 

촛불도 그래요. 촛불 든다고 나라가 바로 설 거야 뭐 할거야, 자제해야죠. 지네들이 그런다고 나라가 바로서면 말을 안 해요. 그러지도 않는데 왜 그 지랄들을 해, 살 생각을 해야지. 한 사람 한사람 단결을 해야지, 남이 그런다고 덩달아 난리치면 안 돼요.”

 

-참여정부 때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는데,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대통령이 말 수단도 없으니까 그렇게 말을 막한 거죠. 지가 말을 잘못해서 그런 거지 누구 탓할 것도 없는 거예요. 국민을 위해서 뽑혀서 나왔으면 지가 열심히 하고 말도 조심해야죠. 힘들다고 죽고 싶다는 말도 했잖아. 그러면 돼요? 안 되죠. 일평생 살다보면 별별 일이 다 있는 건데, 그렇게 말을 하면 안 되죠. 변호사까지 한 사람이 그러면 안 되지요.”

 

-17대 대선 때 누구에게 투표했나요?

“16대 때는 누구를 찍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나네요. 이번에는 이명박을 뽑았죠. 이명박 찍어야 된다고 다들 그랬잖아요. 이명박이 서울시장도 하고, 잘한다고 해서 뽑았지요. 그리고 30년 전 쯤, 제가 XXXX 교회 다닐 적에 점심을 한 번 어디 가서 먹는데, 먹고 나니까 이명박이 낸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생각났죠.”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여러 비판이 있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입이 하나둘이에요? 이를 테면 이리 쏠리게 되고 저리 쏠리게 되는 거예요. 말이 많은 것은 잘해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못해서 그러는 것도 아니에요. 한사람이 뭐라고 하면 옆사람도 덩달아 그러잖아요. 솔직히, 그 사람이 잘못 하는 거나 잘하는 거 우리네가 아나요. 국회에서 하는 걸 어떻게 아냐는 거죠. 모르죠. 주위에서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고 알게 되는 거죠.”

 

“노무현 때는 말을 막 한다는 둥 말들이 항상 많아, ‘돈을 처먹었으니 죽어도 싸다’는 말까지”

 

-요즘 어르신들 분위기는 어떤가요?

“이명박에 대한 비판, 그런 건 없더라고요. 노무현 때는 말을 막 한다, 잘 못한다, 말들이 항상 많았었죠. 이명박에게는 그런 말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더라고요. 노무현 죽었을 때도, 다들 한마디씩 하더라고요. 돈을 처먹었으니 죽어도 싸지라고 하니까, 노무현보다 전두환이 더 먹고 그렇게 사람을 죽였는데도 사는데, 왜 죽느냐고도 그러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전두환은 마누라가 개입을 안 했고, 돈을 안 받았는데, 노무현은 여자가 개입해서 돈을 더 받았다는 소리까지 나오더라고요. 여자가 돈을 받아서 자식들 집 사주고 그랬다고 다들 한마디씩 더하고, 몇 마디씩 하는 사람도 있어요. 말도 못해요. 전라도 사람들이 말들도 많고, 그래요.”

 

-혹시 고향이 어디신지요? 지역감정이 있었는지요?

“경기도 일산이에요. 지역감정 이런 건 옛날엔 없었어요. 우리네 젊었던 때는 그런 거 도저히 몰랐죠. 직장에서 일하고 저녁이면 오고, 아침이면 출근하니까요. 아마 없었을 거예요. 아무래도 시방은 지역감정이 심하죠. 서울 사람들은 그런 거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그래도 전라도 여자들은 말도 많고, 별놈의 소리를 다 해요.”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하기야 잘했죠. 독재를 했기 때문에 그렇지, 박정희야 나라를 잘 일으켜 세웠잖아요. 그 사람이 이 나라를 다 바꿔놓았잖아요. 그때는 살기도 좋았어요. 장사도 잘 되고, 모든 게 다 나라를 바로 세우려고 애를 썼단 말이에요. 그러다 독재를 하는 바람에 죽은 거죠. 이승만이는 미국에 가서 살다가 돌아왔지만, 박정희가 다 해놓고 간 거죠. 길 닦는 것도 사람들 동원해서 시키고, 깡패들 잡아다가 시켜서 만들었잖아요.

 

박정희가 나라를 잘 해놓았죠. 독재로 해서 말이 많았죠. 하지만 독재도 자기가 할 만하면 독재해야죠. 나라를 바로 세우고 사람들을 살기 좋게 하려면 독재를 할 수 있는 거고, 그럴 수 있다고 봐요. 나라가 바로 서지 않으면 나라꼴이 말도 안 되죠.”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대중이야 한 거 뭐 있어요. 이북에 퍼주기나 하고 지랄했죠. 따지고 보면 김대중이 빨갱이잖아요. 빨갱이운동을 하니까 이북에 계속 퍼줬죠. 빨갱이는 노나 먹기 주의라고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죠. 주는 것도 때에 다라서 해야지. 줬더니 군인들 먹여 살리고 다른데 팔아서 무기장만하고 다 했잖아요. 김대중이 너무 퍼줬어요. 이북을 계속 감싸주고 그러니까 그놈들이 이쪽을 넘보는 거죠.”

 

-한국 사회 정치는 어떻다고 생각하세요?

“정치하는 것들은 다 나쁘죠. 돈들만 먹으려고 눈이 뻘개져 있지, 나라를 일으켜 세우려고 하지 않아요. 나라에 돈을 써야 하는데, 자기들 목숨이나 살리려고 해요. 국회의원이고 뭐고 저만 살려고 난리치는 거 아니에요. 없는 사람들을 돌보지도 않고 저만 먹고 살려고 해요. 버는 놈이 더 벌고, 없는 놈이 더 없어지고, 있는 놈은 더 있는 세상이잖아요. 지금 돈 버는 놈은 무진장 벌어도 없는 놈은 장사도 안 되고, 죽겠다고 난리잖아요.”

4월 30일 오후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일행을 태운 버스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앞에 도착한 가운데 노란풍선을 든 지지자들과 피켓을 들고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대검 정문 주변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세대 사이에 높게 쳐진 베를린 장벽, 대화가 안 되는 한국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때

 

경험은 때론 존재를 규정하죠. 다른 역사를 겪고, 목적이 다른 교육을 받으며 자란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힘들 때가 많죠. 보통 사람들 관용의 테두리는 ‘자신의 경험’을 넘어서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자신을 넘어서는 경험, 타자를 품는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과 다른 ‘남’은 알 수 없기에 공포입니다. 타자는 언제나 ‘에일리언’이죠.

 

문제는 자기 역시 상대방이 봤을 때 ‘타자’라는 겁니다. 서로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되어서 으르렁거리기 일쑤입니다. 한국이라는 같은 사회에 살고 있지만 어마어마한 사건들이 워낙 빠르게 벌어져 세대끼리 경험이 너무 다르기에 소통이 안 됩니다. 거칠게 따져보면, 한국전이나 1950년대 배고픔을 겪은 세대와 1970~80년대 민주화에 목말라한 세대는 서로를 이해하기 어렵지요.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어느 한쪽에 서지 않으면 ‘어디론가 끌려갔던’ 사람들은 당시 권력에 맞춰 자기 몸을 바꿀 수밖에 없었지요. 거기다 이승만, 박정희, 다시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40년 독재’ 속에서 알려주는 것만을 보고 그것을 믿을 수밖에 없었지요. 몸과 머리가 ‘독재시대 국민’으로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민주화세대는 반발을 할 수밖에 없고, 둘은 사사건건 부딪힙니다.

 

비극이죠. 세월이 많이 흘렀건만 두 세대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베를린장벽’이 쳐있고, 아직도 무너지지 않고 있죠. ‘한국전 공포’와 ‘자유에 대한 갈망’, 바탕 되는 감정이 180도 다른 두 세대는 함께 나눌만한 ‘말과 이야기’가 없습니다. 이보다 더 끔찍한 건 서로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거죠. 딴판의 두 갈래 가치관은 재생산되면서 젊은 사람들까지 가르고 있습니다.

 

한국, 자랑스러운 나라죠. 하지만 ‘뉴라이트’가 말하는 것처럼 일부특권층이 쿵짝쿵짝해서 지금의 한국이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경제발전은 셀 수 없는 민초들이 땀 흘려서 일한 결과이고, 일제에 무릎 꿇지 않고 독재정권에 맞서면서 간신히 오늘날 ‘형식상 민주주의’를 얻어낸 겁니다. 지금 누리고 있는 것 가운데 그 어떤 것도 거저 생겨난 게 아니지요.

 

한국, 피와 눈물 그리고 땀이 어우러진 자랑스러운 나라입니다. 그와 함께 뒷면에는 말 못할 정도로 부끄러운 역사가 있습니다. 단 한 가지만을 내세우는 것은 한국을 제대로 아는 게 아니지요. 따라서 늘 ‘자기 경험’을 넘어서 타자에게 향해야 합니다. 그제야 비로소 소통의 가능성이 보이니까요. 생각이 다른 사람과 대화가 안 되는 한국,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