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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단상

탁구여왕 - 양영자 선교사의 몽골선교사역

by 서귀포강변교회 2012. 4. 18.

[미션라이프] “예수님 때문에 행복해요. 15년간 몽골 선교 사역은 주님의 철저한 인도하심을 체험한 감동적인 시간들이었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 탁구 여자 복식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탁구 여왕’으로 불렸던 양영자(48·사진) 씨는 잘 훈련된 선교사로 변신해 있었다. 안식년을 맞아 지난 달 고국을 찾은 양 선교사는 오랜 해외선교생활로 지쳐있을 법도 했지만 영적 기쁨과 보람 때문인지 밝은 모습이었다.

16일 서울 방배동 한 교회에서 만난 그에게 몽골에서의 선교사 생활을 물어봤다. 그는 “탁구로 받은 하나님의 은혜를 소외 이웃들에게 나눠줄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고통 속에서 믿음을 얻다
그는 선수시절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중학교 때부터 팔꿈치 부상으로 고생했다. 병원에선 탁구를 그만두라고 권할 정도였다. 하지만 국가대표를 꿈꿨던 그는 포기할 수 없었다. 대신 주기적으로 진통제를 맞아야 했다. 나중엔 진통제를 너무 많이 맞아 효과가 없을 정도가 됐다.

그러다 1984년 경기도 가평 한얼산 기도원에서 기적을 체험했다. 안수 기도를 받고 팔꿈치 부상이 완쾌된 것이다. 그는 “하나님이 기도를 들어주셨다”고 했다. 얼마후엔 간염이 발목을 잡았다. 연습을 제대로 못하면서 그의 기량은 떨어졌다. 나중엔 국가대표팀에서 탈락하기까지 했다. ‘양영자의 시대는 갔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그는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났다. 86년 상비군을 거쳐 30여 게임을 치르면서 국가대표로 재발탁됐다. 최강자전에서 당시 뜨고 있던 현정화를 3대 0으로 이겼다. 이를 계기로 환상의 복식조 ‘양영자-현정화’가 탄생했다.

그는 신앙이 깊어지면서 하나님의 종이 될 것을 다짐했다. 신학교 진학까지 꿈꿨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깊은 슬픔에 빠졌다. 그 때 그를 일으켜 세운 이가 바로 남편 이영철(51)선교사다. 은퇴하고 제일모직에서 트레이너로 활동하던 때, 연합뉴스 국제부 기자였던 남편을 인도네시아에서 우연히 만났다. 남편은 같은 교회를 다니던 성도였다.

자연스레 교제가 시작됐다. 1992년 5월 두 사람은 결혼을 했다. 선교사를 꿈꾸던 남편은 이듬해 회사를 그만두고 총신대 신학대학원에 진학했다. 신학공부를 마친 남편과 함께 선교사로 떠나기 앞서 그는 96년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거기서 WEC국제선교회를 알게 됐고 6주간 선교 교육을 받았다. 이후 WEC선교사로 몽골 선교지로 떠났다.

◇몽골서 탁구로 사랑을 나누다
교회를 개척했다. 하지만 선교 활동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언어와 문화 차이 때문에 힘들었다. 바이러스에 감염돼 안면 근육이 마비되면서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다. 남편과 뿌리를 내린 곳은 울란바토르에서 차로 10시간 떨어진 ‘생샨드’이었다. 선교 사역을 시작할 때 교인을 단 한 명. 하지만 지금은 200명으로 늘었다. “몽골의 한 시골에 들어가서 현지인 2명과 함께 교회를 세웠던 기억이 납니다. 몽골 사람들이 하나님 안에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그는 몽골이 제2의 고향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자신의 주특기인 탁구도 선교에 활용하고 있다. 겨울이 긴 몽골에서 탁구는 씨름 다음으로 높은 인기를 누린다.

“몽골에 3개의 클럽팀이 있어요. 운동 환경은 열악하지만 아이들이 한국의 독지가로부터 탁구채와 공을 선물받고난 뒤 운동에 열심입니다. 저도 열심히 가르치고 있으니 곧 실력이 크게 늘겠죠(웃음).”

그는 2004년 사역지를 중국 네이멍구 지역으로 옯겼다. 지난 해 이 지역 여자탁구 유망주 2명을 국내로 데려왔다. 전국체전에서 준우승한 이은혜(17·안산 단원고)와 이시은(17·귀화 예정)이 그 주인공. 이 둘을 한국 국가대표로 키울 예정이다.

양 선교사는 올해 바쁜 일정을 소화해내야 한다. 런던 하계올림픽에 가서 SBS 해설위원으로 세계 탁구의 흐름을 소개하게 된다. 또 향후 나아갈 길을 하나님께 묻고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대로 다른 선교 사역에도 나설 예정이다.

“선수 시절엔 오직 성적이 목표였는데 지금은 사람들의 영혼을 위해 살아가고 있어요. 사람들과 함께 아픔을 나누고 고통을 치유해 주고 있지요. 인생의 목적이 달라진 거예요. 제가 체험한 예수 사랑을 나눌 수 있고 남에게 기쁨을 준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몰라요.”

잠언 16장 32절 “노하기를 더디하는 자는 용사보다 낫고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나으니라”는 말씀을 늘 마음판에 새긴다는 그의 미소가 참으로 평안해 보였다.

양영자 선교사는
1964년생. 명지대 영문과 졸업. 1983년 도쿄 세계탁구선수권 여자 단식 준우승. 86년 서울 아시아 경기 단체전 우승. 87년 뉴델리 세계선수권 여자 복식 우승, 단식 준우승. 88년 서울올림픽 여자 복식 우승. 92년 결혼 후 선교사로 제2인생. 현 한국 WEC국제선교회 선교사.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