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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국 목사의 가족이야기

대전, 즐거움이 넘쳐나는 도시

by 서귀포강변교회 2013. 4. 4.

아름다운 대한민국    

대전, 즐거움이 넘쳐나는 도시

스포츠서울 | 이우석 | 입력 2013.04.03 17:29 


알고보니 대전은 그저 대도시가 아니었다. 문화와 예술향기가 짙게 녹아든 멋진 여행지였다. 사진은 이응노 미술관이 있는 대전문화예술단지.

휴일 자체가 빈곤한 서기 2013년도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 주말을 이용해 다녀올 곳이란 상상 밖으로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에 사는 이가 시간과 기름값을 절약하려면 가까운 근교에서 '주말의 마트'처럼 왁자지껄 인파구경이나 하다오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찾아보니 가깝고도 접근성이 편리한 곳에 꽤 괜찮은 여행지가 있었다. 대전이다. 대전(大田)은 관광객들에게 생각보다 많은 즐거움을 주는 도시다. 대전이란 이미지는 사실 한국을 대표하는 대도시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속속 들여다보면 여행지로도 안성마춤이다. 원래 '도시여행'이야 멋진 경치보다는 즐거움을 찾으려 떠나는 여행이다. 여태껏 대전을 교통이 편리한 도시 쯤으로만 알았지만 선입견은 산산조각이 났다. 원래 계족산과 대전 뿌리공원을 들렀다가 충남 어느 지역을 방문하려 하였으나 대전에서 그만 멈추고 말았다. 곳곳이 재미난 은행동 으능정이 골목부터, 한밭수목원, 장태산 자연휴양림, 유성온천 등 멋진 관광자원들이 많은 것에 우선 놀랐고, 실은 대전의 칼국수 투어에 반해버린 탓이다.




뿌리공원이 시작되는 효문화마을에는 산수유가 가득 피어나 봄을 알리고 있다.

◇대전 칼국수 투어

고속열차를 이용하자면 단 한시간만에 대전에 닿겠지만 여행기자 팔자에 어디 그럴 여유나 있나. 아침 일찍 허겁지겁 일어나 곧장 중부고속도로를 탔다. 슬슬 휴게소에 들러야지 하고 생각할 때쯤 벌써 청원을 지나고 '대전IC'이라 쓰인 표지판을 만났다. 그렇지. 우선 이른 점심을 챙겨 먹고자 관광안내소에 들렀다. 성심당 빵집을 기필코 가겠노라고 했지만 점심으로 튀김소보루를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저 그런 관광지도 사이에서 놀라운 팸플릿을 하나 발견했다. 이름조차 생소한 '대전 칼국수 여행'이란 것인데, 놀랍게도 마흔곳이 넘는 대전 시내 칼국수집의 위치가 지도에 표시되어 있었다.





대전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칼국수 맛집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40곳이 넘는 유명 칼국수집을 모아놓은 지도도 있다.

'그 유명한' 대전역 가락국수의 옛맛에서부터 미리 짐작했었고 사실 대전 사람들이 칼국수를 무척 좋아한다는 것 또한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런 팸플릿까지 따로 만들어 비치해놓은 것을 보니 생경하다. '칼국수 지도'는 마치 일본 규슈 후쿠오카(하카타)의 라멘 전문점 지도처럼 자세히 표시돼 있다. 대전에는 대선 칼국수, 신도 칼국수 등 1950년대부터 영업을 해온 칼국수 노포(老鋪)들이 많다. 국수 종류도 다양하다. 사골육수, 멸치육수, 김치육수, 조개육수 등 일반적인 것에서부터 민물고기, 오징어육수, 두루치기 양념 등 위장(胃腸)의 허락만 받아낸다면 실로 다양한 맛의 칼국수 투어를 즐길 수 있다.





대청호에서 잡은 민물고기로 끓여낸 어죽칼국수로 유명한 황해식당.





광천식당에선 엄청나게 매운 두부두루치기에 면을 말아먹는데 이게 또 별미다.

봄날의 칼국수는 한기를 녹이는데 중점을 두는 겨울과는 달리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 좋다. 추울 때 뜨끈한 국물이라면 맹물이라도 맛있지 않을까. 게다가 봄조개의 국물이 녹아든 육수를 만날 수도 있을테니 더욱 그럴싸하다. 가까운 곳에 눈에 확 들어오는 집이 있었다. 민물고기를 넣어 끓여낸 어죽국수를 전문으로 하는 '황해식당'으로 복합터미널과 가깝다. 진한 어죽에 손칼국수를 말아낸다. 땀을 쏙 빼놓는 칼칼하고 얼큰한 육수 맛이 이른 아침 운전으로 쌓인 피로를 싹 가시게 한다. 잘게 썬 김치를 넣어 비리지 않은데다 구수한 뒷맛을 남긴다. 바로 밥을 말고픈 충동을 느꼈지만 대전의 맛난 먹거리를 두루 섭렵하겠다는 일념으로 식욕을 억누르느라 혼이 났다.





유등천이 흐르는 너른 언덕에 자리한 뿌리공원은 산책코스로도 그만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기록

바로 이동한 곳은 남쪽의 뿌리공원. 뿌리라 해서 나무 뿌리 그루터기로 만든 조각품이나 있는 곳이 아니다. 전국유일의 '효' 테마공원에 자리잡은 이곳은 넓은 대지에 그야말로 쿤타 킨테의 '뿌리'(Root)처럼 전국 성씨의 조상과 유래, 시조를 모아놓은 곳이다. 136기의 성씨(姓氏) 조형물이 신록이 올라오고 있는 봄 정원에 놓여있다.

멀리서보면 커다란 비석들이 뚝뚝 서있어 얼핏 공동묘지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사실은 각 성씨 문중에서 세워놓은 조형물들이다. 서양의 가문 문장처럼 해놓은 것도 있고 그저 유래와 가훈을 적어놓은 것도 있다. 맑은 천변으로 난 길을 따라 걷다보면 소풍코스로도 딱이다. 전망대에 올라서 바라보는 봄 산천의 풍경도 놓치기엔 아깝다.

뿌리공원 입구에 위치한 한국족보박물관은 한국의 가계기록 콘텐츠를 제대로 집대성해놓은 곳. 컴퓨터 시스템으로 검색하면 쉽게 각 성씨의 모든 것에 대해 알 수 있다. 족보의 기원과 편찬과정, 체계 등 기본 지식을 알려주는 전시물과 최초의 가계 기록이라 할 수 있는 광개토왕비 모형을 비롯해 안성김씨 족보(1580년 간행) 등 유서깊은 족보들을 모아놓고 있다.





뿌리공원에는 수많은 성씨들의 조형물들이 세워져 있다. 사진은 광주(廣州) 이씨 조형탑.

미처 몰랐던 얘기지만 우리나라의 희귀한 성에 대해서도 알게됐다. 즙(汁)씨도 있다는 걸 알게됐다. 강전(岡田), 개(介), 난(欒), 내(奈), 뇌(雷), 엽(葉), 돈(敦), 망절(網切), 어금(魚金)씨 등 평소 몰랐던 희귀성씨도 알게됐다. 기자의 성씨인 광주(廣州) 이씨도 있나 찾아보게 된다. 아! 있다. 명절이나 친척 결혼식말고 학교나 사회에선 광주 이씨를 만난 적이 없었는데 이곳에서 살펴보니 은근히 많다고 한다. 왜 광주의 본을 가지게 됐는지 이씨 성을 가진지 40년이 훌쩍 넘어서야 비로소 그 유래도 알게됐다. 부모님을 모시고 와도 좋고, 가장이라면 자녀를 이끌고 가족 단위로 뿌리공원을 둘러보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기록인 족보(가계기록)에 대한 모든 콘텐츠가 집대성되어 있는 족보박물관.

대전 남쪽에 위치한 뿌리공원을 둘러보고 곧장 고암 이응노미술관이 있는 북쪽으로 향한다. 물론 중간에 성심당의 튀김소보로 빵을 사기위해 시내에 들렀지만.

과거 대전엑스포가 열렸던 지역 인근에 대전문화예술단지와 한밭수목원이 들어서 있다. 왁자지껄한 유성온천 지역과 가깝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조용하고 한가로이 문화 산책을 즐길 수 있다. 현재 이응노미술관은 '기증작품전 2007-2011'을 열고 있다.





현재 이응노 미술관에선 기증작품전을 열고 있다.

이응노미술관 개관 이래 처음으로 열리는 기증작품전으로,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이응노미술관에 기증된 533점의 작품을 시민들이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이 화백의 부인 박인경(89) 명예관장으로부터 총 5차례에 걸쳐 533점의 작품을 기증받았는데, 그 중 도불이전과 이후(1960~70년대)의 추상화(콜라주 등)와 조각들은 이응노 화백의 예술세계를 조명함에 있어 중요한 가치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다 고암의 외조카손자 서승완씨로부터 기증받은 '십장생 8폭 병풍'이 있는데 이는 고암이 옥중제작한 작품으로서 의미가 있다.





대전 문화예술단지에는 멋진 야외 조형물들이 가득해 봄날 가족 소풍을 오기에도 좋다.





문화예술단지로 소풍을 나온 아이들.





한밭수목원 나들이가는 길에선 여느 외국 대도시처럼 산책과 레포츠를 즐기는 시민들을 만날 수 있다.

◇맨발의 청춘, 황톳길을 가다

대전 계족산 황톳길은 이제 그 유명세가 제주도 올레길에 버금간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맑은 소주 '린'을 생산하는 충남지역 기업인 선양의 조웅래 회장이 이곳에서 매년 맨발축제를 열어온 까닭이다. 맨발로 산길을 걷는다…. 신록이 피어오르는 황톳길을 무슨 아베베(올림픽에서 맨발로 뛰어 우승한 마라토너)나 맨발의 청춘도 아니고서야 사실 발바닥이 땅과 직접 닿을 때가 연중 몇번이나 있을까.





계족산은 맨발로 걷는 황톳길로 유명하다. 폭신한 황토를 밟으며 봄의 푸름을 느끼는 산책은 천금을 주고라도 사서 해볼 일이다. 제공 | 선양

계족산 황톳길에선 신발을 신을 수 없다. 맨발로 걸어야만 한다. 가끔 공원에서 '맨발지압길'이나 '맨발황톳길'을 본 적이 있을테지만 계족산과는 비교가 안된다. 무려 14.5㎞의 코스를 3시간이 넘도록 맨발로 걸어야 한다. 물론 사금파리나 돌멩이는 모두 치웠고, 고운 황토로 빼곡히 채웠다. 그러니 아마도 전세계에서 가장 긴 맨발코스일테다. 길에서 신발을 벗으면 뭔가 허전하다. 발가벗기워지는 기분이다. 양말까지 벗고 황톳길에 서면 그야말로 원시 생활로 돌아간 듯 날아오를듯한 기분에 즐거워진다.

고작 신발 한켤레를 벗었을 뿐인데 현대 문명의 거대한 짐을 벗어버린 듯 하다. 누드 해변에 모인 벌거숭이 나체주의자들의 기분을 살짝 이해할 듯 하다.

천천히 길을 걷는다. 크게 벌린 입과 콧구멍으로는 청량한 공기를 마시고 발로는 땅과 호흡하며 가는 길이다.

맨발로 걷는 일이 익숙하지 않으니 거리에 비해 좀더 시간이 걸린다. 대신 유유자적 풍경과 예술작품들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어 좋다. 서로 맨발인 주변 사람들과 눈인사도 나누게 된다. 발톱에 누런 흙이 좀 끼는 것 이외에는 나무랄데 없다. 사실 이런 맨발 산행은 축구를 볼 때처럼, 함께 어울려서 해야 더욱 즐겁다. 다음달 맨발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마사이 마라톤도 함께 개최된다. 29세 이하 젊은이들에겐 참가비 7000원을 받지 않을 예정이다. 이때 다시 한번 가볼 생각이다. 얼마전 좋은 등산화를 사서 잔뜩 자랑하고 싶어하는 이들에겐 굳이 권하지 않는다.

대전 | 글.사진 이우석기자 demory@sportsseoul.com

여행정보

●둘러볼만한 곳=

대전 서구 장태산 자연휴양림. 전남 담양의 명물 가로수길이 연상되는 메타세쿼이아 숲과 스카이웨이가 근사하다. 높이 15m 철골 구조물 위로 길을 낸 스카이웨이를 걸으면 영화 '아바타'에서처럼 나무 위로 뛰어다니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잘 곳=

관광특구인 유성온천 일대에는 호텔과 모텔들이 몰려 있다. 특1급 호텔인 유성 리베라호텔 등 고급 숙소에서부터 하룻밤 3~4만원에 묵을 수 있는 곳도 많다.





5월에는 대전 계족산에서 맨발축제가 열린다. 제공 | 선양

●이벤트=

에코힐링기업 선양(회장 조웅래)은 5월 11~12일까지 이틀간 계족산 황톳길 일원에서 2013계족산 맨발축제를 개최한다. 첫날은 참가자들이 직접 계족산 황톳길을 맨발로 걸으며 얻은 자연재료로 전문작가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만의 예술작품을 만들어 전시한다. 둘째날엔 마사이마라톤이 7㎞맨발걷기와 13㎞맨발달리기 코스로 나뉘어 진행한다. 13㎞코스 완주자에겐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완주 기념술(맥키스)'를 제작해 준다. 참가비는 맨발 걷기 7000원, 맨발 달리기 1만5000원으로 1985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에겐 참가비를 받지 않는다. 신청은 이달 25일까지 축제 홈페이지(barefootfesta.com)에서 접수.(042)530-1836

이응노미술관(ungnolee.daejeon.go.kr)측은 평소 미술관 방문이 어려운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매주 목요일 오후 8시부터 학예사를 동반한 전시설명 프로그램을 무료로 진행한다. 상설전과 특별전을 관람하고 미술관 건축물 등을 소개하는 등 알찬 프로그램으로 꾸며졌다. 커피와 쿠키를 즐기는 시간도 곁들여진다.(042)611-9805

전시 시설이 잘 갖춰진 국립중앙과학관과 한국 조폐공사의 화폐박물관, 족보박물관, 선사박물관 등 다양한 박물관들이 곳곳에 널렸다. 대전시청 관광문화재과 (042)600-2433

●각종 전화번호

=대전종합관광안내소(042)861-1330. 대전광역시 관광산업과(042)471-0101. 한밭수목원(042)472-4972. 유성온천(042)611-2114. 유성온천 족욕체험장(042)611-2128. 장태산자연휴양림(042)270-7883.뿌리공원(042)606-6950. 이응노미술관(042)611-9800.계족산성(042)623-9909





두말할 필요없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성심당 튀김소보로.

●먹거리=

역시 칼국수다. 종류가 워낙 다양해 칼국수로 서너끼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중구 선화동 광천식당은 멸치칼국수, 두부두루치기를 잘한다. 오징어두루치기도 있다. 칼칼하고 매콤한 두루치기 양념에 사리를 넣어서 먹어도 되고 시원한 멸치칼국수를 따로 시켜도 된다.(042)226-4751. 동구 한밭대로 황해식당은 독특한 어죽칼국수를 잘하기로 소문난 집이다. 어죽, 붕어찜(042)622-6979. 이밖에도 중구 대흥동 진로집은 멸치칼국수, 두부두루치기를 잘한다. (042)226-0914. 동구 중앙로 신도칼국수 사골칼국수, 수육도 빼놓을 수 없는 맛집.(042)253-6799. 중구 대종로 대선 칼국수는 멸치칼국수와 수육으로 손님의 입맛을 사로잡는다.(042)222-0316

이우석기자 demor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