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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질병치료예방정보

공황장애의 치료법

by 서귀포강변교회 2013. 11. 1.

[마음건강 클리닉] 공황장애의 치료법

삼성스포츠 | 입력 2013.09.09 09:58

[강북삼성병원] 어느 날 갑자기 이전에 경험한 적도 아니 상상한 적도 없었던 공포감이 몰려옵니다.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심장은 쿵쾅쿵쾅 뛰고 온 세상이 도는 듯이 어지러워 정신을 차릴 수가 없습니다. 이내 손발이 마비가 되는 것 같고 질식하듯 숨은 점점 더 조여옵니다. '지금 나에게 심장마비가 오는 걸까?' 곧 죽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소리쳐 도움을 요청하고 싶지만 이마저도 쉽지가 않습니다.

이렇게 극심한 불안 증상이 발생한지 10분 내에 최고조를 이루다가 대개 30분에서 한 시간 이내에 사라지는 것을 공황 발작이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공황 발작이 반복해서 발생하면 공황 장애로 진단받게 됩니다. 공황 발작은 한번만 겪어 보면 평생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고통스러운 경험입니다. 따라서 공황 장애 환자들은 언제 또다시 공황 발작이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걱정에 몰두하곤 합니다. 평상시에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고 (이를 예기 불안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붐비거나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상황, 대중교통이나 엘리베이터와 같이 마음대로 빠져 나오기 힘든 공간, 또는 혼자 있어서 가족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을 견디기가 힘듭니다. (이를 광장공포증이라고 합니다) 이 때 생긴 불안한 기분이 도화선이 되어 또 다시 공황 발작이 시작되기도 합니다. 이대로는 예전처럼 일상 생활을 유지할 수가 없습니다.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일단 공황 발작이 시작되면, 스스로의 의지로 이를 조절하거나 없애기는 불가능합니다.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 또는 119에 도움을 요청하여 가까운 병원의 응급실에 내원해서 적절한 검사와 조치를 받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다만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기억하면 치료를 받기 전까지, 혹은 증상이 저절로 없어지기 전까지 공황 발작이 주는 괴로움을 견뎌나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첫째, 공황 발작으로 실제 생명을 잃게 되는 일은 절대로 없습니다. 오히려 공황 발작은 소소한 신체적 느낌을 신경 체계가 심각한 위험 상황으로 오인한 것입니다. 이러한 긴급 경보에 우리 몸은 스스로의 생명을 보호하고 유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합니다. 신체적으로는 교감신경계를 급격히 항진시켜 위험 상황에 대비하도록 하고 심리적으로도 극도의 긴장 상태를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환자는 영문도 모른 채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경험하고 스스로의 안전을 확보하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을 절박하게 찾아 나서게 되지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실제로는 아무런 위험이 없었다는 것이 확인되면 신체는 다시 안정을 찾고 불안 증상도 사라지게 됩니다. 따라서 공황 발작 증상에 억지로 저항하려 하기보다는, 이러한 증상들이 생명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으며 오히려 우리의 몸을 보호하려는 반응으로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지나가게 됨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공황 발작 중에는 종종 숨이 가빠지면서 호흡이 어려워져 마치 질식하는 것 같고, 손 발이 "저리고 꼬이듯이" 마비되는 것 같으며 심하게 어지러운 느낌이 생기곤 합니다. 이를 "과호흡 증상"이라고 부르는데, 실은 숨을 못 쉬는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이 쉬는 것이 문제가 되는 상황입니다. 즉, 극도로 긴장되고 불안한 상황에서 호흡이 얕고 빨라지면서, 들숨으로 너무 많은 양의 산소가 몸 속에 들어오고 동시에 날숨으로 너무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게 됩니다. 이로 인해 혈액의 산성도가 저하되면서 위에 언급한 증상들이 나타납니다. 이 경우 최대한 의식적으로 숨을 천천히 깊게 쉬도록 노력하고 (호흡에 맞춰 마음 속으로 '하나, 둘' 하고 수를 세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주변 사람들은 환자의 입과 코 앞에 종이컵이나 비닐 봉지를 대주어 자신이 내쉰 숨을 다시 들이마시도록 도와주면 더욱 빠르게 증상이 완화될 수 있습니다.

셋째, 공황 발작이나 예기 불안 등을 완화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행동은 절대로 안 됩니다. 실제로 공황 장애 환자에게서 알코올 의존이 같이 발병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편이며, 알코올 의존은 우울증과 더불어 공황 장애 치료를 매우 어렵게 하는 주된 요인입니다. 따라서 음주는 현재의 증상에도 도움이 안 되고 앞으로의 치료도 어렵게 하는 최악의 수단입니다. 더불어 카페인이 함유된 식품이나 흡연도 공황 장애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공황 발작 증상으로 병원에 내원하면, 먼저 심장이나 호흡기계, 뇌 신경계, 내분비계, 약물 등 증상과 관련된 다른 신체적인 문제가 없는지를 검사 받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면, 정신과적인 면담, 증상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 및 심리 검사 등을 통해 공황 장애로 진단하고 이에 맞는 치료가 시작됩니다. 공황장애에 효과가 있는 대표적인 치료법에는 인지행동치료와 정신과적 약물치료가 있습니다. 두 치료법을 각각 단독으로 시행해도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시행하면 더욱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공황 장애는 소소한 신체 감각을 심각한 위험으로 잘못 해석하는 데에서 시작됩니다. 이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지는 등 신체적인 반응이 더욱 심해지고, 또 다시 이러한 신체 변화로 인해 불안감과 공포감이 심화되어 가는 악순환의 경과가 급격히 진행되어, 결국 신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최고조의 공포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인지행동치료는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평가, 교육, 훈련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담당 의사와의 세심한 면담과 일상 생활 중에 수행하도록 받은 과제를 통해, 내가 공황 발작의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해왔는지를 확인해 나갑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공황 발작이나 광장 공포증은 내가 죽어가거나 미쳐가는 증거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오히려 이런 오해가 악순환의 고리에서 한 축을 담당함으로 말미암아 내 자신을 더 괴롭게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어서 이러한 이해를 실생활에 적용시키는 훈련을 하는데, 숨을 얕고 빠르게 쉬기 (과호흡) 혹은 빨대로 숨쉬기 (호흡 곤란), 의자에 앉아서 빙글 빙글 회전하기 (어지러움), 유산소 운동 (빠른 심장 박동) 등의 방법들로 진료실이나 치료실 같은 안전한 환경에서 공황 발작의 신체 증상 및 감각들을 유발시켜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환자들은 이러한 신체 증상들이 죽음이 임박한 신호가 아니라 정상적인 신체 반응임을 몸소 체험하게 되고, 공황 발작에 대한 불안감과 고통도 줄여나갈 수 있게 됩니다. 반복된 연습을 통해서 여기까지 잘 완수하게 되면 이제 밖으로 나아가 실제로 나에게 불안을 유발하는 상황을 찾아내어 맞닥뜨리는 훈련을 합니다. 예를 들면 광장공포증이 있는 사람이 엘리베이터나 대중교통 이용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이러한 시도가 무척 힘이 들지만, 세심한 치료 계획에 따라 반복하는 동안 점차 그러한 상황에서 겪게 되는 불안감과 고통을 줄여나가고 공황 발작이 유발될 가능성 또한 줄이거나 없앨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인지행동치료의 여러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해 나갈지는 환자와 담당 의사가 함께 상의하고 경과를 관찰하면서 결정해 나가게 됩니다.


공황 장애를 위한 약물 치료는 항우울제를 복용하거나,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같이 복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최근 공황 장애에 많이 사용되는 항우울제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SSRI)와 같은 세로토닌 계열의 항우울제들입니다. 그러나 항우울제는 투여 후 수주에 걸쳐서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치료 초기에 빠른 증상 조절을 위해 효과가 신속하게 나타나는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항불안제를 같이 복용하게 됩니다. 즉, 장기간에 걸쳐 몸과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항우울제와 그날그날 불안 증상을 완화하는 항불안제를 같이 복용하여 증상에 호전을 보이면, 점진적으로 항불안제를 먼저 줄여서 끊어나가고 항우울제는 더 장기간 유지하면서 재발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전체 약물 치료 기간은 8개월에서 12개월 정도이며, 종결할 때에도 수 주에 걸쳐서 약 용량을 서서히 줄이다가 재발하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 완전히 끊게 됩니다.

약물 치료를 받을 때 꼭 주의해야 할 사항은, 충분한 치료 효과 및 재발의 방지를 위해 충분한 기간 동안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하며, 절대로 임의로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특히 공황 장애의 경우에는 사소한 신체 변화에도 매우 민감한 상태이기 때문에 다른 질환을 치료할 때보다 더 조심스럽게 약물 치료를 진행하고 마지막에 치료를 종결할 때에도 서서히 약을 줄여서 끊어나가게 됩니다. 만약 갑작스럽게 복용을 중단하거나 불규칙하게 복용하면 오히려 공황 발작을 더 유발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약물 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같이 받는 경우, 약물 치료에 의해 증상이 호전되면서 정작 인지행동치료 과정을 소홀히 할 수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공황 장애의 치료는 현재의 증상도 조절하고 더불어 미래의 재발 가능성도 예방해야 하는, 장기간에 걸친 섬세한 과정임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따라서 현재의 일시적인 호전이나 증상 소실에 만족하기 보다는 공황 장애를 완전히 극복해나가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간다는 마음 가짐이 중요합니다.


공황 장애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습니다. 다만 환자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에 덧붙여서 치료진, 가족,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다 함께 힘을 모으고 서로를 도울 때, 더욱 수월하고 완벽하게 극복할 수 있습니다. 성공적으로 공황장애를 극복한 많은 분들이 고백하기를, 자신의 어려움을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진솔하게 나누고 도움을 요청하며, 집단 인지행동치료나 환자들의 모임을 통해서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이해하고 북돋는 동안 오히려 공황 장애를 겪기 전에는 알지 못했던 인생의 참 맛을 알게 되고 새로운 길이 열리는 것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우리의 결심과 마음가짐에 따라 공황장애는 평생 우리의 생활을 옥죄는 감옥이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시선으로 그 동안 몰랐던 행복을 알게 해주는 고마운 친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 김성재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