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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나는 내 마음을 힐링하는 방법, 용서

by 서귀포강변교회 2013. 11. 1.

화나는 내 마음을 힐링하는 방법, 용서

삼성스포츠 | 입력 2013.08.26 10:20

 

[강북삼성병원] 최근 우리사회는 힐링(healing)의 열풍에 휩싸여 있습니다. 힐링 센터, 힐링 카페, 힐링 다이어트, 힐링 여행, 힐링 음악, 힐링 독서 등 모든 것에 힐링이라는 단어로 수식하여서 무엇을 하든 마음의 치유를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힐링의 열풍은 이 시대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지치고 병들어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모두가 누군가의 위로와 다독거림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상처나 병든 마음의 이유에는 사회적 요인이나 개인, 심리적 요인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인간(人間)은 사람 '人', 사이 '間'의 의미로 사람들 사이에서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는 가족, 친구, 직장, 학교 등 수많은 집단에 속하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관계 안에서 따뜻한 위로와 친밀감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으면서 살아갑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상처도 받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위로도 받을 수 있는 인간(人間)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회사를 다니고 있는 직장인들은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부딪힐 뿐만 아니라 서열이 명확한 조직사회라는 특성에 의해 억울하고 화나는 상황, 상처받았음에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상황 등의 분노감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이 있을 것입니다.

사례1.
열심히 취업을 준비해서 누구나 인정하는 모 기업에 입사한 A씨. 같이 입사한 동기 중 한명은 능력 면에서 자신보다 못해 보이는데도 싹싹하고 술자리에서도 분위기를 띄우는 재주가 있어 상사들에게 더 인정을 받는 것 같다. 나도 인정받고 싶은데 능력이나 성과로 공정하게 평가하지 않는 상사에게 화가 난다.

사례 2.
어렸을 때부터 헤어디자이너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껴서 꿈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여 헤어디자이너가 된 B씨.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는데 어느 날 고객 중 한 명이 B씨에게 뚜렷한 이유 없이 다짜고짜 자신의 헤어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화를 내고 인신공격적인 언행을 퍼부었다. 고객서비스에 대한 평가가 인사고과에 반영되므로 같이 화를 낼 수도 없고 연신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내 자신이 초라해 보이면서 속에서는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위 사례의 A씨와 B씨의 상황에서 화가 나고 억울함을 느끼는 것은 매우 당연합니다. 나아가서 상대에 대한 미움, 질투심, 복수심 등의 다양한 감정에 휩싸이게 되고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다보면 무기력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상황이나 내용은 다르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처럼 직장상사, 고객, 동료와의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 등의 가까운 관계에서 조차도 부당하고 억울하다고 여기는 순간에 맞닥뜨리게 될 것입니다. 그 때마다 우리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그 상황을 변화시키고 싶은 욕구, 상처받은 마음에 위로와 치유를 얻고 싶은 욕구가 당연히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다른 친구에게 가서 나를 화나게 한 직장상사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놓고 공감을 받으면서 '힐링'을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 상황을 잠시 묻어두고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통해서 '힐링'을 하기도 합니다. 이는 마음의 쉼과 위로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는 있겠지만 아직도 마음 한 켠에는 거리낌이 남아있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경험했던 부당한 대우, 상처에 대한 분노, 미움, 원한, 복수심 등과 같은 감정으로부터 어떻게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요? 그것은 굉장히 역설적이게도 나에게 상처를 입힌 상대방을 용서하는 것입니다.

"용서하라고요? 나를 그렇게 모독한 나쁜 인간을요? 그 부조리한 모습을 모두 용서하라고요? 절대로 못해요"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듯 들리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용서하는 것은 사실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한 예로 나에게 인격모독적인 폭언으로 상처를 준 상사를, 성적인 수치심을 느끼게 했던 동료를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 특히나 부도덕적인 일 앞에서는 더욱 그렇지 않을까요?

하지만 내가 상대방으로부터 받은 상처 때문에 느끼는 고통스러운 감정을 정당하게 여기면서도, 상대방 또한 약하고 무른 인간성을 가진 인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달갑지는 않겠지만 상대에게 조금이라도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해서 문제를 부정하는 것, 묵인하는 것, 망각하는 것, 사면해주는 것과는 다릅니다.

앞서 말했듯이 상대의 잘못과 나에게 상처 준 사건을 명확히 인식하고 책임을 묻되, 무르고 약한, 어쩌면 완전히 무너져있을지 모르는 상대방의 인간성에 손을 내미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어렵고 고통을 느끼게 되겠지만, 이것은 분노와 복수심으로 인해 느끼는 고통과는 다른, 진정한 가치로 나아가는 '치유의 고통'이 될 것입니다. 즉, 새로운 나,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는 새로운 방법입니다. 상처를 잊는 것이 아니라, 상처의 기억이 남은 삶을 지배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자, 이제 눈을 감고 상상해 봅시다. 나 또한 약하고 무른 인간성으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고, 이것을 용서 받았던 순간을 떠올려봅시다. 그 때의 감정이 어땠는지도 느껴 봅시다. 또 나를 부당하게 대하거나 화나게 만들었다고 생각되는 특정한 사람을 떠올려 봅시다. 그 사람도 나처럼 용서를 받을 필요가 있는,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면서 친밀감이나 위로의 따뜻함이 필요한 인간(人間)이라고 생각해 봅시다. 그리고 잘못한 사람을 자신이 공감하는 모습과 그를 용서해주는 모습을 떠올려 봅시다.

용서를 한다는 것은 참 숭고하고 위대한 일입니다. 이는 나와 상대방 우리 모두를 자유롭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모두 행복해지고 싶어 합니다. 긍정심리학자 Seligman은 부정적인 감정을 극복하는 방법은 긍정적인 정서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긍정적인 정서를 개발하는 방법은 과거의 고통을 보듬고 그것을 없애려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고통 가운데서도 긍정적인 정서를 경험하는 것입니다.

바꿀 수 없는 과거 사건과 그로 인한 부정적인 감정으로 괴로워하기 보다는 이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좀 더 가치 있는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 행복일 것입니다. 용서하는 것이 나에게 고통이 수반되는 과정이더라도 나와 너, 우리가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으로 나아가게 해 주는 '힐링'이상의 '행복한 삶'을 선물해 줄 것입니다.

칼럼니스트 : 박양리 임상심리전문가 (강북삼성병원 종합검진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