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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국 목사의 가족이야기

외가집이자 부모님의 거주지 충남 보령시

by 서귀포강변교회 2013. 11. 12.

서해 바다 짭조름한 맛 스민 보령의 음식

보령음식의 특징과 특산물 1 조선일보 | 입력 2013.11.11 09:09 |

↑ [조선닷컴](맨 위부터) 보령시 전경, 오서산, 보령댐

↑ [조선닷컴](왼쪽 좌측부터 시계방향) 어리굴젖, 대하구이, 전어

↑ [조선닷컴]보령머드축제 장면

보령은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갯벌 진흙인 머드의 고장이다. 보령 머드에 세계인이 열광하는 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미네랄이 풍부하고 게르마늄 등 인체에 유익한 성분이 머드 속에 다량 들어있다. 양질의 머드는 사람 피부에만 좋은 게 아니다. 보령 앞 바다의 여러 해상 생물에겐 이 머드 성분이 더 없이 좋은 먹이고 삶터다. 서해안에서 비교적 청정하고 영양이 풍부한 바다를 낀 보령은 해산물이 풍부하다. 그래서 보령의 음식은 해산물을 소재로 만든 음식이 단연 많다. 긴 해안선을 낀 보령 음식의 특성과 보령의 맛집, 그리고 보령의 관광지와 축제 등을 소개한다.

동고서저의 완만한 지세에 바다를 낀 아름다운 땅

'(내포 지역은) 바다 가까운 곳이어서 학질과 염병이 많고 산천이 비록 평평하고 넓으나 수려한 맛이 적다. 언덕과 저습지대가 비록 아름답고 섬세하지만, 산수의 기이한 경치는 적다. 그 가운데 오직 보령의 산천이 가장 훌륭하다'

'택리지'의 팔도총론 충청도 편에서 이중환이 평가한 보령의 지세다. 40번 국도를 따라 성주산 자락을 내려오다 보면 서쪽으로 펼쳐진 보령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260여 년 전 이중환이 바라본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보령시는 시의 동쪽에 오서산, 문봉산, 아미산 등 해발 600~700m 고지 군이 북에서 남으로 이어지면서 청양군, 부여군과 경계를 이룬다. 등뼈 구실을 하는 동쪽 산간 고지대는 서쪽으로 갈수록 차츰 낮아지면서 구릉과 평야지대를 만들어놓고는 이내 바다 속으로 사라진다. 그리고는 미련이 남아 78개의 크고 작은 섬을 해수면 위로 밀어 올렸다.

병풍처럼 북에서 남으로 보령을 감싼 동부 고산지대에서 발원한 봉당천, 대천천, 남포천, 웅천천 등의 크고 작은 하천들이 보령 앞바다로 흐른다. 이 하천들은 보령의 구릉과 평야지대를 통과하면서 넓은 평야지대의 젓줄이 되어준다. 뿐만 아니라 풍부한 유기물과 미네랄, 각종 영양분을 바다로 실어 나른다.

바다의 해산물이 풍부하고 살진 지역은 그 배후의 땅도 기름지고 영양이 풍부한 법이다. 배후 산간과 평야 지대로부터 알찬 자양분을 고스란히 받아 머금은 보령 바다는 다채롭고 살진 해산물을 길러낸다.

앞바다 해산물이 대부분 차지한 '보령 8미'

이런 지역적 특성이 보령의 음식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보령시의 간판격인 대표 음식 8가지를 선정한 것이 '보령 8미'다. 간재미 회무침, 주꾸미, 꽃게탕, 천북 굴 구이, 키조개요리, 까나리액젓, 보령산 돌김, 사현 포도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8가지 맛 가운데 무려 7가지가 바다에서 나온 식재료다. 보령 음식은 그만큼 해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간재미 회무침은 보령 앞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가재미에 오이, 깨 등 갖은 양념을 넣고 무쳐 쫄깃하고 새콤달콤하다. 보령에서 나는 주꾸미는 지방이 1%밖에 되지 않아 식이요법은 물론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며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보령 연안에서 잡은 꽃게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타우린이 풍부하다고 한다. 보령의 오천면과 천북면은 키조개와 굴 요리가 유명하다. 키조개는 오천 앞바다 연안의 수심 15~30m 속에서 채취한다. 단백질이 풍부한 저칼로리 식품으로 필수아미노산과 철분이 많다. 샤브샤브, 꼬치구이, 무침, 회, 전 등으로 다양하게 조리한다. 보령의 가장 북쪽 바닷가인 천북면은 굴의 산지다. 천북 굴은 조수간만의 차가 심하기 때문에 성장은 느리지만 그 맛은 어느 곳보다 탁월하다. 오랜 기간 바삭바삭한 맛과 향을 유지하는 보령산 돌김과 15~25㎝ 정도의 멸치에 첨가물 없이 천일염으로 절여 만든 까나리 액젓, 그리고 유일하게 바다 아닌 땅에서 난 남포면 사현리의 사현포도도 보령 8미에 들어간다.

그러나 2012년 시에서 발간한 '보령 향토음식이야기'라는 책자는 '보령의 7가지 맛 이야기'라는 항목에서 키조개, 천북 굴, 꽃게, 양송이버섯, 간재미, 황토 고구마, 토종 은행을 보령의 대표 맛으로 꼽았다. 돌김, 까나리 액젓이 빠지고 양송이버섯과 황토 고구마가 들어갔다.

매체의 발간 목적에 따라 선정 기준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보령 대표 식재료의 변화 추이가 감지된다. 바다에서 난 전통적인 보령 맛인 해산물이 퇴조하고 농산물이나 임산물이 차츰 득세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장과 젓갈 맛 풍부했던 보령의 예전 장독대
우리나라 음식 맛은 장맛이 좌우한다

보령도 예외가 아니어서 일반 간장, 고추장, 된장 외에 여러 가지 장을 담가놓고 먹었다. 서해안에서 불어오는 해풍을 맞고 자란 보령 땅의 콩은 알이 굵고 맛이 좋다. 보령지방 민가에서는 양질의 콩으로 쑨 메주로 다양한 장을 담가 먹었다. 그러나 일부 섬에서는 콩이 귀해 장보다는 젓갈로 음식의 간을 맞추거나 조미를 하기도 했다.

메주의 비율을 높여 진하게 담근 진장, 다 된 간장에 다시 메주를 넣고 또 한 번 익힌 겹장, 볶은 밀기울을 콩에 섞어 만든 메주로 담근 집장, 김칫국물을 넣어 만든 지레장 등이 있다. 그러나 다른 지방과 마찬가지로 생활 패턴이 바뀌면서 이런 전통 장류의 맥이 거의 전하지 않는다.

장과 함께 젓갈은 음식의 다양한 맛과 표정을 내준다


보령시의 대표적 젓갈이 어리굴젓이다. 어리굴젓은 잔굴로 담가야 맛있다. 굴은 민물에 씻으면 불어서 제 맛이 나지 않는다. 바닷물에 여러 번 잘 씻어 굴 껍데기가 떨어지게 한다. 이 굴을 아무 간도 하지 않고 항아리에 담아 온기 있는 부뚜막에 두어 3일 정도 삭힌다. 잘 삭은 굴을 체에 밭쳐 헹군다. 씨를 빼고 곱게 간 고춧물에 굴을 넣고 소금 간을 해서 삭히면 어리굴젓이 완성된다.

생굴에 고춧가루를 넣지 않고 소금만으로 담근 것이 굴젓, 꼴뚜기 눈을 떼어내고 소금만으로 담금 꼴뚜기젓, 바지락으로 담근 해피젓, 배에서 잡은 새우에 소금간으로 담근 새우젓, 소라에 소금만 뿌려 삭힌 소라젓, 꽃게에 소금만 뿌려 젓으로 담갔다가 삭았을 때 딱지를 떼고 다리 살을 빼서 먹었던 꽃게젓, 그리고 멸치젓 등이 있었다.

보령의 대표 음식, 굴밥

보령에 근대식 식당이 처음 생긴 것은 1920년대에 문을 연 <선일옥>(鮮一屋)이었다. 1930년대에는 <대천옥>, <태평관>과 <대양관>이라는 요정집도 생겼다. <춘천식당>은 보령시내에서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운영했던 대중식당이다. <춘천식당>의 메뉴 변천을 살펴보면 시대에 따른 보령시 서민의 대중 음식 트렌드 변화를 짐작해볼 수 있다. 1950년대는 가락국수, 찐빵 등 분식이 주종을 이루었고, 1960년대에는 만두와 떡국, 1970년대에는 국밥, 1980년대 이후에는 찌개백반이 주종이었다고 한다. 어쩌면 이는 보령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지방의 중소 도시 전반에 걸친 일반적 메뉴 변천사일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굴밥이 보령을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음식이 되었다


시의 북쪽 해안에 위치한 천북면과 오천면은 굴의 산지다. 맛있는 굴의 풍부한 산지답게 이 지방은 과거부터 굴밥이 유명했다. 보령이 시로 승격하기 이전에 발행한 군지(郡誌)에도 예전에 먹었던 굴밥을 보령의 별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굴과 씻은 쌀, 참기름을 알맞게 밥솥에 넣고 끓이면 된다. 요리하는 사람에 따라서 짠지를 썰어 넣고 끓이기도 한다.'고 조리 방법을 설명했다. 요즘 굴 전문점에서 파는 굴밥에 비하면 소박하기 그지없다. 천북면 북단에 있는 '천북굴단지'는 수많은 굴 요리 전문점이 모여 있다. 집집마다 각종 맛난 굴 요리가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의 입맛을 다채롭게 충족시켜준다. 이처럼 다양하고 맛있는 각종 굴 요리의 출발점은 바로 그 원형은 소박했던 보령 굴밥이다.

지금 보령의 음식은 다른 지역과 견줘 조리법과 맛 등에서 눈에 띄는 큰 차이가 없다. 각처 외지인이 다수 드나드는 관광지로서의 특수성, 여기에 지방의 탈 개성화를 촉진시킨 도시화 현상이 가세한 듯하다.

한 때는 준치요리, 새우젓찌개, 내륙지역의 도토리묵과 청포묵이 성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쉽게 볼 수 없는 음식이 되었다. 전통음식이나 향토음식이 점차 사라지고 그 전통음식의 발전된 형태나 진화한 음식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향토음식을 발굴·보존하여 그 문화적 가치를 인식하고 정리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향토음식은 그 지방 내력과 역사의 현전하는 집적물이자 고장의 정체성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자체 차원에서 음식문화나 외식업에 대한 배려가 있을 경우, 해산물과 임산물이 넉넉한 보령시는 그 잠재력이 풍부한 편이다.

기고=기획 정승호, 글 이정훈, 사진 변귀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