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집마다 캐롤로 크리스마스 맞이하는 네팔 크리스챤
크리스마스 시즌만큼은 즐겁게 춤추며
네팔은 전세계적으로 국교를 힌두교로 정해놓았던 단 하나의 나라였습니다.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았던 나라. 그러나 지난 4월 왕정에 반대하고 민주화를 요구한 국민들의 강력한 시위로 인해 현재는 민주공화정으로 체제 변화가 이루어 지고 있습니다. 아직 새로운 헌법을 제정하는 가운데 있으나 힌두교 국교 명시는 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네팔의 겨울. 멀리 히말에는 눈이 쌓여있으나 실제로 눈을 맞아본 네팔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그동안 힌두교 인구가 절대를 차지했기에 네팔 사회는 힌두교 전통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힌두교 이외의 종교는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수천년간 내려온 힌두의 전통은 매우 강하게 그들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 기독교 인구가 차츰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힌두 사회에서 기독교를 믿는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죠. 집에서 거의 쫓겨나고 동네에서 돌로 맞아 죽을정도의 각오는 있어야 합니다. 이런 상황인데 네팔에서 크리스마스라뇨.
네, 그러나 네팔도 요즘 급속한 개방의 물결에 놓여 있습니다. 그렇기에 크리스마스를 세계적으로 기념하고 즐긴다는 사실정도는 모두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분위기이기에 조마조마하며 숨어 지내던 기독교인들도 크리스마스 시즌만큼은 자신이 기독교인임을 숨기지 않습니다. 이 때만큼은 당당하게 자신이 크리스챤이며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고 싶다는 것을 드러냅니다. 이렇게해서 네팔에서도 크리스마스 풍경을 포착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다른 지방에서는 모르겠지만 이 지역(도티)에서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2주의 일정으로 저녁마다 성도들의 집에 모여서 예배를 드립니다. 30분정도 신나게 캐롤을 부르면서 캐롤에 맞추어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뻐하면서 춤도 추면서 그 기쁨을 발산합니다. 기독교 인이라는 이유로 남들 모르게 받은 맘 고생들을 이 시간에 다 풀어냅니다. 그리고 짧게 성경 말씀을 나누고 다과를 나눕니다. 다과라고 해봤자 찌야 (인도에선 짜이)를 한잔씩하고 비스킷(과자)을 먹는 것 뿐입니다. 조금 더 여유가 있으면 바나나 또는 귤을 나누기도 합니다.
없는 살림이지만 다같이 모여서 웃을 수 있는 이 시간을 모두들 기다리는 눈치였습니다. 특히 5시 6시만되면 깜깜해져 밤이 더욱 긴 이 겨울에는 더 그랬던 모양입니다. 각 집마다 TV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라디오 한 대가 가전기구의 전부인데 밤은 지루하고 또 지루할 뿐입니다. 1년중 이렇게 매일같이 모여서 웃고 떠들 수 있는 때는 이 크리스마스 시즌 밖에는 없기에 더 즐겁습니다.
이날은 위에서 춤추고 있는 아저씨(위에 윗사진^^, 바로 위는 그 아저씨의 따님)의 댁을 방문하여서 같이 예배를 드렸습니다. 온 가족이 교회에 나온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름의 간증을 가지고 교회까지 어려운 발걸음을 한 가족입니다. 이 집의 아들 시몬은 그림을 아주 잘그렸습니다. 그림 그리는 재주뿐만 아니라 글씨도 매우 잘 썼는데 동네의 안내 문구는 모두 시몬이 쓰곤 했습니다.
크리스마스오기전 금요일에는 차로 30분정도 떨어져 있는 실거리의 성도들을 방문하여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위에서 춤추고 있는 분의 댁을 방문한 것입니다. 보통 캐롤과 함께 춤을 추기 시작하는데 가장 먼저 나와서 춤을 추는 분은 방문 받은 댁의 주인이지요. 그런게 갑자기 옆에서 예배를 구경하던 동네아주머니께서 자기 딸을 예배드리는 가운데로 보내면서 '너도 가서 춤춰' 하는 것입니다. 성도들은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알고 기뻐하는 것인데 그저 모여서 노래하고 춤추며 노는 것으로 보셨던 모양입니다.
위의 어린이가 예배에 함께하며 춤춘 그 어린이. 매년 이렇게 크리스마스 예배드리는 모습들을 이웃들이 구경하면서 크리스마스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이겠지요.
드디어 크리스마스가 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서 교회당을 꾸미고 반짝반짝거리는 장식들을 해보았습니다. 이날은 모두들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해옵니다. 그리고 제비뽑기를 해서 선물을 나눠가집니다. 그런데 나눠가지기만 하면 너무 재미없고 식상하기에 무언가를 더해봅니다. 바로 선물을 주는 사람은 선물에 '당신의 이런 장기를 보고싶다' 라고 적어놓습니다. 예를 들면 코끼리 흉내를 내보라든지 아니면 캐롤 몇장을 불러달라든지하는 것입니다. 저는 '네팔 노래를 불러보세요'에 걸려서 가장 짧은 네팔 노래를 불렀답니다. ^^
가운데에 선물들이 보이시지요? 이날 한가지 순서를 빼먹었는데 바로 케익에 촛불을 붙이고 크리스마스를 기념한 이후에 같이 케익을 나눠먹은 것이었는데 대신에 다음날 학교 선생님들과 간단하게 케익을 나눠 먹었습니다.
원래 이런 파티는 밤에 해야 적격인데 아침부터 촛불 키고 불고 난리도 아닙니다.
네팔의 크리스마스는 이렇게 수수하게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한가지만은 확실히 해주었습니다. 우리네 크리스마스가 의미없는 연말 축제로 지나가는 것과는 달리 크리스마스를 통해서 네팔 기독교인들은 그들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힌두교도들 사이에서 힘겹게 신앙을 지켜나가던 이들에게도 크리스마스는 자신들이 살아가는 의미로 힘을 북돋아 주는 기회였습니다. 올해도 네팔에서는 캐롤과 함께 즐겁게 크리스마스를 기념할텐데 저는 혼자서 네팔 캐롤을 부르며 춤을 춰야겠군요.
네팔에서도 산 골짝 여기저기 캐롤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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