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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단상

[스크랩] 편한 상대에게 “죽고 싶다”고 내뱉을 때

by 서귀포강변교회 2010. 8. 5.



편한 상대에게 “죽고 싶다”고 내뱉을 때

 


“죽을 용기로 살아라”는 충고는 효과가 없고, 아픈 마음 씻도록 묵묵히 들어줘야 합니다
혼자 있게 내버려두지 말고 치료 받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자살하기 전 주변 사람들에게 자살과 관련된 말을 하며 구원 요청을 한다.

죽고 싶다, 죽어버렸음 좋겠다,

살아서 뭐 하나 등과 같이 비관적인 말을 반복적으로 하거나 유서를 쓰기도 한다.

이 때 우리가 이들의 말을 흘려듣지 않고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자살을 막을 수도 있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80% 이상이 우울증과 관련이 있으며 이들은 이미 올바른 사고력을 잃어 판단력이 크게 약화된 상태에 놓여 있다.

이들에게는 현재 느끼고 있는 고통의 크기가 말할 수 없이 크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이 상대적으로 너무나 편안한 상태로 느껴진다.

고통이 너무 큰 나머지 죽음이 이 모든 고통을 한순간에 멈추게 해줄 평화로 잘못 판단하는 것이다.
 
자살을 여러 번 시도한 적이 있는 한 우울증 환자가 상담 중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하루는 창밖을 바라보는데 파란 하늘 위에 떠 있는 구름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 구름 위라면 이 세상의 모든 근심이나 걱정을 잊고 천국처럼 아주 편안하지 않을까 하고요.

그런 생각이 든 순간 바로 창밖으로 뛰어내렸어요.”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은 감당할 수 없는 극심한 고통을 받아 흐려진 판단력으로 이런 잘못된 선택을 충동적으로 한다. 그들이 비겁해서도, 다른 사람들보다 죽을 용기가 있어서도 아니다.

삶을 짓누르는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죽음으로써 내가 원하는 편안한 휴식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인 것이다.
 
교통사고로 온몸에 피를 흘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사람을 보고 그대로 방치해 둘 사람이 있을까.

당장 병원 응급실로 데려가 응급조치를 받도록 도와줄 것이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의 응급 상태다.

다만 이 사람이 흘리고 있는 피가 겉으로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고통으로 마음의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사람이 죽고 싶다고 고통을 호소하면 많은 사람들은 치료를 받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의지가 약해서 어떻게 살겠냐?” “죽는 건 비겁하고 무책임한 거야.” “죽을 용기가 있으면 그 용기로 살아라.”
 
미국에서는 이런 사람들이 치료를 받으러 올 경우 치료자들이 지켜야 하는 가장 중요한 수칙이 있다.

죽고 싶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절대로 혼자 집으로 돌려보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응급실에 데려가거나 구급차를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심각성에 따라 입원까지도 시켜야 하는 응급 상황으로 간주한다.

만약 죽고 싶다는 말을 한 사람을 아무 조처도 없이 혼자 돌려보냈다가 자살을 하면 응급환자를 돌려보낸 치료사나 의사는 법적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또한 자살방지 상담전화에 전화를 한 사람이 만약 죽고 싶다는 말을 하고, 위험성이 판단되면 상담원은 즉시 구급차를 보낸다.

그리고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전화를 끊지 않고 통화를 계속해 자살충동자가 한 순간도 혼자 남아 있지 않도록 한다.

혼자 남겨질 경우 자살을 시행에 옮길 위험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아직도 사람들이 우울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죽고 싶다는 말을 듣더라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냥 흘려듣는다.

너무 힘든 나머지 그냥 하는 푸념이려니 하며 가볍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자살을 하려는 사람이 죽고 싶다고 말을 하는 것은 그 사람을 신뢰하고 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며 도와 달라는 신호이다.

이 때 절대로 명심해야 할 것은 죽고 싶다는 사람을 내가 말로 설득해서 그 사람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에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너답지 않게 왜 그래?" "죽긴 왜 죽어. 배부른 소리 한다." "이 세상엔 너보다도 훨씬 더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 하며 상대방을 야단치고 나무라거나 타이르는 말을 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도리어 어렵게 말을 털어놓았지만 내 마음을 이해해주지 않는구나 하며 고통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더더욱 혼자 외로움을 느껴 마음의 고통은 심해질 뿐이다.
 
내가 보기에는 별것 아닌 사소한 문제일지라도 정작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버겁고 큰 짐일 수 있다.

따라서 문제 자체를 두고 “겨우 이까짓 일로 죽고 싶다는 말을 하냐”며 나 혼자만의 잣대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이 느끼고 있는 고통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살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가가 아니라 이 문제가 이 사람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만약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죽고 싶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절대로 그냥 한 귀로 흘려버리지 말고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아무 말을 할 필요도 없고 특별한 충고를 해 줄 필요도 없다.

상대방을 평가하지 말고 중간에 말을 끊거나 끼어들지도 말고 우선 상대방이 아픈 마음을 모두 쏟아낼 수 있도록 귀를 활짝 열고 묵묵히 들어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런 말 하기 어려웠을 텐데 나한테 털어놓아 줘서 고맙다고 말해 주자.

그러면 상대방은 고통을 나누었기 때문에 마음의 짐이 조금이나마 덜어진다.

예전에는 혼자서 고통스러웠지만 이제 나의 고통을 이해하는 사람이 있음에 힘을 얻는 것이다.
 
삶의 고통이 너무 심해 죽음까지 생각하는 사람에게 아무리 “힘내라.” “자살하느니 그 힘으로 더 열심히 살아라” 같은 말을 한들 정신이 번쩍 들지 않는다.

이미 판단력이 흐려질 대로 흐려진 이들의 머릿속에는 이런 말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조금도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런 충고가 아니라 이들이 보내는 구조 신호를 알아차려 도움을 주는 것이다.

힘들 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창피하거나 수치스러운 일도 아니고 의지가 약하기 때문도 아니다.

당장 정신과 전문의나 자살예방센터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치료를 받도록 도와줘야 한다.
 
우리가 모든 자살을 다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좀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주변을 둘러본다면 자칫 잃을 수도 있었던 귀중한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상진아 정신상담가·아동심리상담가 



출처 : 또그린의 블로그
글쓴이 : 또그린 원글보기
메모 : 자살을 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