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우울증
우울증의 일차적인 증상은 기분이 좋지 않고, 마음이 냉랭하고, 외부상황에 느리게 반응하며, 삶 전체가 흑백영화같이 활력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차적 증상으로는 사람을 기피하여 관계를 끊으려하고, 깊은 절망감에 빠진 상태에서 죽음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고, 잠을 잘못 자고, 정신집중을 잘 못하고, 정신활동도 느려진다. 또한 입맛이 사라져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급격히 몸무게가 줄기도 한다(또는 급격히 몸무게가 늘 수도 있다). 특히 이러한 상태에서는 뚜렷한 이유 없이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주위사람들의 모든 불행이 마치 자기 때문인 것처럼 죄책감을 느끼기 때문에 자기를 비하하고, 이유 없이 울고, 조그마한 일도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상태에서 도망가고자 술이나 약물에 빠지기도 한다. 다시 말해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우울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 없다는 데 있다. 또는 내인성과 외인성으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내인성은 개인의 유전적 특질이나 호르몬의 균형이 깨질 때 발생하는 우울증이고, 외인성은 외부의 요인들에 의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급격한 사회적 변화는 많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때문에 정체감 형성의 과제를 안고있는 청소년 우울증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게다가 현재 우리 나라의 경제적 위기는 세대의 구별 없이 우울증의 발병률을 증가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의사들도 사회적 통념상 남성에게는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덜 내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남편의 사회적 지위도 안정되었고, 아이들도 꼭 원하는 대학은 아니지만 대학을 들어갔으며, 시댁과의 갈등도 어느 정도 해결되어 큰 걱정은 없었다. 그러나 어느 한 순간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인생을 살았는지 생각이 들면서 점차 가슴이 답답해지고 이유 없이 슬퍼졌다. 일생동안 감기에 안 걸려본 사람이 없듯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한번 이상 우울한 상태를 경험한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던가, 갑작스럽게 힘든 상황에 처하면 어느 기간 동안은 우울해지는데 이러한 상태는 단지 심리적 기능이 조금 약화된 상태로서 대부분 저절로 회복된다. 그러나 감기가 심각한 합병증으로 진행될 수 있듯이, 우울한 상태도 지나치게 오래 지속되면 죽음과 같은 심각한 병으로까지 발전될 수 있다. 여성은 사회적인 일을 중요시하는 남성과는 달리 관계성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가까운 타인들로부터 필요 없는 존재가 되었다고 느낄 때 허무함을 느끼게 된다. 남편은 사회적 위치가 안정되어 중요한 인물이 되어있고, 아이들은 자신의 손길을 오히려 귀찮아할 때 즉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의 역할을 마감할 때 여성들은 삶과 정체감에 대한 회의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부부가 두 사람 사이의 관계성의 문제를 다루지 않고, 단지 그때그때 발생한 문제만 해결하고 넘어가려 하였다면 거의 틀림없이 중년기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부부갈등 강좌를 참조하시오.) 결혼초기에 둘이서 힘을 합하여 가내수공업을 시작하였고, 사업은 점차 번창하였다. 사업이 커지자 부인은 집에 들어앉고, 시아버지, 시동생들이 부인 대신 남편과 같이 사업을 하게 되었다. 점차 남편은 시부모님의 생활비는 물론 모든 시집에 관계된 일은 부인과는 의논 한마디 없이 다 결정하였다. 부인에게는 겨우 교육비와 생활비만 주면서도 돈을 줄 때마다 살림을 잘못하여 돈을 많이 쓴다고 핀잔을 주었다. 반면에 남편뿐만 아니라 시집식구들은 흥청망청 돈을 쓰기 때문에 이에 대해 불평이라도 할라치면 남편은 몇 달씩 딴 방을 쓰고 대화를 거부하였다. 남편이 다른 여자와 사귀는 눈치를 채자 B부인은 심한 우울증에 빠지게 되었는데 운동을 권하는 친구를 따라 운동을 하다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게 되었다. 결혼은 원래의 가족과 적절하게 독립하여 배우자와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다. 그러나 이 남편은 시집식구와 심리적으로 하나의 성숙한 어른이 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부인과의 관계형성에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결혼전의 시집식구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고자 애썼다. 즉 분리되지 못한 남편과 시집식구들은 심리적으로 엉켜있었기 때문에 며느리를 외부 침입자와 같이 여겼으며, 소외된 부인은 남편과 시집식구에 대해 심한 분노를 느끼게 되었다. B부인은 남편보다 오히려 사업능력이 뛰어났다. 그러나 열등감이 심한 남편은 부인이 자기보다 사업을 잘하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자 부인을 집안살림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사업에 관여하지 못하게 하였다. 즉 가부장적인 자세로 부인의 능력을 무시하고 오히려 부인을 억압하려 하였다. 한편 B부인도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능력이 부족하였다. 친정식구들간의 관계가 편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가족간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결혼으로 갈등상황을 회피하는 방법을 택하였기 때문에 식구들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우지 못한 채 결혼을 하였던 것이다. 아버지의 사랑을 못 느끼던 B부인은 나이가 많은 아버지와 같은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여 부성의 사랑을 채우려하였으나 그러한 사랑을 채워줄 남자는 그리 흔하지 않다. 동시에 어머니를 학대하던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있었기 때문에 아버지를 연상시키는 남편에 대해 알 수 없는 부정적 감정을 가지게 되곤 하였다. 결국 자존감이 약한 부인도 적절한 감정표현이나 자기주장을 하기보다는 남편을 비난하고 대화를 끊음으로서 문제를 회피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측면에서 부인이나 남편 모두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가정을 지키는 여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멋지게 자기 일을 하는 여성만이 능력 있는 여성처럼 부각시키고, 일을 하는 여성도 일과 가정을 완벽하게 꾸려나갈 수 있는 것처럼 선전한다. 결국 일을 하는 여성이나, 집에서 가사를 돌보는 여성이거나 모두 다 무력감에 빠지게 되고 만다. 여성이 자기 인생에 스스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힘을 느끼지 못할 때 어느 날 갑자기 삶의 회의를 느끼게 되며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더 나아가 어릴 때의 학대, 불행한 결혼, 불임 및 성생활문제, 입시와 같은 자녀들의 교육문제, 이웃이나 친구와 비교하여 느끼는 경제적 박탈감, 낮은 자존감, 실패에 대한 집착, 무력감, 세상에 대한 비판적 태도 등은 우울증을 더욱 증가시킨다. 그러나 아이의 문제 뒤에는 평생을 만성우울증에 시달린 C부인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다. C부인은 부모의 강요로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지고 부잣집 장남과 결혼을 하였다. 그러나 시부모는 큰아들은 제쳐놓고 작은아들만 편애하면서 재산도 작은아들한테 더 많이 물려주고 사업체도 작은아들에게 맡기려하였다. C부인은 빼어난 미모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원하는 집안의 여섯째딸로 태어난 탓에 자기는 잘못 태어난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자랐다. 항상 자기는 세상에서 제일 못 생긴 여자라고 믿었으며, 세상에서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하였다. 시집을 와서도 남편이 시집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모든 게 자기가 못난 탓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런 생각은 부인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고, 남편의 눈치를 보게 만들었다. 남편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다가는 오히려 심한 분노를 느끼곤 하였다. 그러다 조그만 일에 시집식구하고 싸움을 하게되곤 하였는데 식구들로부터 무시당하는 남편은 오히려 부인을 못된 여자라고 야단을 치곤 하였다. 남편에 대한 심한 분노를 남편의 성적 요구를 거부함으로써 보복하려 하였다. 근래에는 남편이 다른 여자와 사귀는 것 같으나 두려워서 말도 못하고 있었다. 이 부인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태에서 상담을 요청하였다. 시부모의 성격적 문제로 인한 편애는 큰아들의 자신감을 손상시켰을 것이고, 낮은 자존감과 자신감은 큰아들로 하여금 부모에게 의존적이게 만들었을 것이다. 심리적 의존성은 사업능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C부인도 남성중심의 보수적인 가정에서 순종적이며 의존적으로 키워졌기 때문에 남편에게 매우 의존적이었으며 남편으로부터 모든 부족한 것을 채우려하였다. 따라서 남편의 위치가 흔들릴 때 자신의 위치도 흔들리는 위협감을 느끼곤 하였다.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음에도 부모의 말을 따라 결혼하였기 때문에 이 부부는 처음부터 두 사람의 결혼이 아니라 세 사람의 결혼생활을 해왔던 것이다. 낮은 자존감을 가진 남편은 빼어난 부인의 외모에, 또 부인은 부잣집 아들이라는 것에 알게 모르게 끌렸지만 낮은 자존감은 두 사람 모두 건강한 가정을 꾸리기에는 심리적 성숙도가 낮았다. 결혼하기 전부터 우울증을 가지고 있던 C부인은 결혼한 이후에 더욱 더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으며 자녀를 돌볼 수 있는 심리적 여유가 없었다. 결국 C부인의 자녀들은 모두 발달장애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오히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이 자신이 우울증에 걸린 것을 모르고 있을 때가 많다. 여하튼 우울증은 위의 증상들이 있을 때 의사의 진단 하에서만 병명을 붙일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이 우울증에 걸리지 않았는지 궁금할 때는 우선 다음의 순서를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년기는 사춘기처럼 많은 신체적 변화가 일어난다. 신체적 변화 때문에 생기는 우울증도 있기 때문에 성홀몬의 감소, 중년기에 많이 앓게되는 갑상선 질병과 같은 호르몬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신체적 질병이 없는지를 확인하여야 한다. 혹은 다양한 신체적 변화에 따르는 질병, 예를 들어, 관절염, 암, 비타민 결핍 등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 부작용이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원인들이 없음에도 우울 증세를 가지고 있다면 가벼운 우울증은 심리치료로, 심한 경우에는 약물복용과 함께 심리치료를 병행하여야 한다. 어떤 한 사건이 부정적 생각을 불러일으키면 왜곡된 사고의 틀을 순간적으로 발동시킨다. 세상은 캄캄해지고, 살아갈 길이 막막해지고, 사는 의미가 없어지고, 자신감이 사라지고, 우울한 증상이 나타나고,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게 되면 더욱 더 부정적인 생각이 들고, 또 다시 더욱 우울하게 되는 악순환을 지속하게 된다. 따라서 심리치료에서는 부정적인 인지체계의 변화를 추구하고, 동시에 활동의 증가를 유도한다. 즉, 하루의 일과를 점검하여 좀 더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계획을 짠다던가, 흥미를 유발하는 활동을 찾아 시작하도록 하는 것 등이다. 가벼운 우울증은 가까운 사람들과 대화 등을 하게되면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나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주위의 사람들이 치료를 강권하여야 한다. 특히 가족들의 병에 대한 이해와 지지가 치료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어떤 접근법을 시도하던 치료를 위해서는 왜곡된 신념의 변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여기에 중년여성들이 흔히 갖고 있는 왜곡된 신념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외로움은 스스로 극복하도록 노력하여야 해결되는 것이지 다른 사람과 같이 있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혼자 보낼 수 있는 시간이야말로 내 자신의 즐거움만을 위한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내가 행복하고 즐거울 때 더 많은 사람들이 내 주위에 모이게 된다. 물론 식구들이나 가까운 사람들이 행복한 것이 나의 행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행복하여야만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행복을 만드는 것은 궁극적으로 각자의 책임이다. 내가 도와주고 싶을 때만 도와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평이 쌓일 수 있다. 먼저 나의 생각, 나의 느낌에 충실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도와주는 것이 꼭 그 사람에게 혹은 나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상대방의 의존성을 키워주거나 혹은 내 자신을 지나치게 혹사할 수 있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사람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모든 일을 항상 완벽하게 다 잘 처리할 수 는 없다. 어쩌면 내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길들여져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조그만 일부터 스스로 처리하는 버릇을 드리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식구들이 문제를 가지면 나도 문제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식구들의 문제는 각자의 문제이다. 자녀들의 학교성적에 관한 문제는 자녀들의 문제이고, 남편의 술중독증은 남편의 문제이다. 최선을 다해서 그들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지, 그들의 문제의 원인이 나라고 생각하여 우울증에 빠지는 것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겸손과 거짓자아는 다르다. 겸손은 자기를 있는 그대로 인정할 때 저절로 드러나는 것이다. 거짓자아는 다른 사람의 비위에 맞추기 위해 자기를 위장하여 행동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기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사는 것 같지 않고 우울해지게 된다. 건강한 사람은 적절하게 도움을 줄 수 있고, 또 적절하게 도움을 받을 줄 안다. 습관적인 의존성 때문이 아니라면 오히려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을 때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기분이 절대적으로 나에게 달린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의 기분이 나빠진다면 그 사람의 문제이다. 만일에 상대방이 나 때문에 기분이 나빠졌다면 대화를 통해서 해결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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