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문방조제 길을 달리면 속이 시원해진다. 방조제 아래로 끝없이 펼쳐진 너른 바다가 복작거리던 마음을 위로해 준다. 바다는 꽤 맑았는데, 십 수 명의 강태공들이 던져 놓은 낚싯대에는 어른 손바닥만한 도다리가 심심찮게 걸려드는 지라 여기저기 환호성이다.
소슬한 새벽바람의 끝자락에 실려 온 아카시아 꽃향기가 코끝을 간질인다. 이맘때의 여행이 즐거운 것은 꽃과 나무를 스치는 명랑한 바람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왜목마을의 일출을 맞으러 바닷가에 서 있다. 궂은 날씨가 계속되는 터라 찬란한 일출에 대한 기대감은 없다. 그저 푸른색 신새벽의 순진한 바다 냄새가 그리웠을 뿐. 구름 뒤에 숨어 슬쩍 떠오른 태양은 희미한 아침을 열었으나 그것마저도 유쾌했다. 왜목해변에 길게 선 나무다리를 또각또각 소리 내어 걸으며 낯선 이를 희롱하는 갈매기와 인사를 나누고는 오늘의 여행을 시작한다.
왜목마을에서 석문방조제를 지나기 전 잠깐 장고항에 들른다. 실치의 철은 지났으나 포구의 노적봉은 꼭 들여다봐야 한다. 왜목마을에서 볼 수 있는 기차게 멋진 일출은 바로 장고항의 노적봉과 촛대바위 사이로 떠오른 것이다. 여름에는 일출 포인트가 조금 달라져 노적봉과 국화도 사이로 해가 뜨지만 ‘왜목마을 일출’하면 단연 이곳이 떠오른다. 촛대바위 뒤쪽 바닷가로 내려가면 하늘이 뻥 뚫린 해식동굴이 있다. 이곳 해안은 갯벌이 아닌 자갈밭으로 이루어졌다. 와글와글 울어대는 파도 소리가 쉴 새 없이 마음속으로 밀려든다. 낭만의 울림이다.
성구미포구까지 이어지는 석문방조제 길을 달리면 속이 시원해진다. 방조제 길 중간 주차장에 잠시 차를 세워두고 방조제 위로 올라간다. 끝없이 펼쳐진 너른 바다가 복작거리던 마음을 위로해 준다. 방조제 아래 바다는 꽤 맑았는데, 십 수 명의 강태공들이 바다를 향해 던져 놓은 낚싯대에는 어른 손바닥만한 도다리가 심심찮게 걸려드는지라 여기저기 환호성이다. 멀리서 보면 미래 도시처럼 보이는 당진항 공단을 지나 삽교호 방면으로 간다. 군대갔다온 남자들이 침 튀겨가며 한바탕 떠들기에 좋은 삽교호 함상공원을 잠시 둘러보고는 삽교호 방조제를 지나면 아산에 닿는다. 도고온천, 아산온천, 온양온천 방면의 표지판을 지난다. 성실한 농부들의 모내기가 한창인 네모반듯한 논을 지나면 포도밭으로, 다시 아파트 밀집촌으로 이어진다. 안성이다. 안성터미널 근처에서는 시끌벅적한 안성5일장이 선다. 끝자리 2, 7일에 열리는 안성장은, 조선 시대 때만 해도 충청과 전라, 경상도에서 한양으로 가던 대부분의 것들이 거쳐 가던 큰 장이었다. 예전만큼은 아니어도 장날이면 인근 지역에서 모여든 상인과 손님들의 승강이로 들썩들썩하다. 이맘때 지천으로 나오는 산나물, 들나물이며 민물고기 구경에 두어 시간이 훌쩍 지난다.
(좌) 끝자리 2, 7일에 열리는 안성장은 예전만큼은 아니어도 인근에서 모여든 상인과 손님들로 들썩들썩하다.
이맘때면 장터엔 지천으로 나오는 나물이며 민물고기들이 가득하다.
(우) 안성 비봉산의 너리굴문화마을에서 도자기 만들기 체험에 한창인 가족.
매주 토요일 오후 4시와 일요일 오후 2시에 안성 보개면 복평리의 남사당전수관을 찾으면 신명나는 남사당놀이패의 공연을 볼 수 있다. 놀이판의 백미인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비롯해 다양한 기예와 놀이들이 펼쳐지는데 절로 흥이 난다. 너리굴문화마을은 남사당전수관 인근 비봉산 자락에 들어앉았다. 골짜기를 중심으로 아기자기한 목조건물 여러 채가 모여 있어 하나의 마을을 이룬다. 가족 단위로 묵을 수 있는 펜션형 객실과 함께 과학 공작교실, 도자공방, 천연비누공방, 염색공방, 금속공방, 곤충교실과 목공방 등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아기의 볼 살 마냥 곱고 보드라운 흙으로 조물조물 빚어낸 컵 하나에 온 마음을 담고 민트 향 솔솔 풍기는 아로마 오일을 넣은 비누를 만들고는 뿌듯한 마음으로 다시 길을 나선다.
(상) 한택식물원의 6월은 1년 중 가장 예쁘고 분주하다. 연녹색 물 오른 숲속으로 발을 들여놓으면 눈에
보이는것 이 온통 만발한 꽃, 꽃들이다. 황홀한 산책을 마친 다음엔 ‘꽃 비빔밥’으로 허기진 배를 달랠 수 있다.
(하) 충주에 들어서면 38번국도는 충주호로 흘러들어가는 남한강 자락과 나란히 길을 달린다
한택식물원의 6월은 1년 중 가장 예쁘고 분주하다. 연녹색 물 오른 숲속으로 발을 들여 놓으면 눈에 보이는 것이 온통 만발한 꽃, 꽃들이다. 보라색의 우아한 붓꽃, 노란꽃창포, 금낭화와 매미꽃, 조팝나무와 채송화, 산수국까지 여기저기 멋대로 피어난 꽃들 때문에 눈이 어지럽다. 20만 평 규모의 한택식물원은 36개의 테마정원으로 꾸며졌고 여기에 자생식물 2,400여 종을 비롯한 1,000여만 본의 식물을 보유했다. 그 중에서도 초여름의 모란작약원에 들어서면 황홀할 지경이다. 어린아이 머리만한 모란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마치 모네의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착각이 인다. 소설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바오밥 나무가 자라고 있는 호주온실을 거쳐 수생식물원까지 산책을 마친 다음 ‘꽃 비빔밥’으로 허기진 배를 우아하게 달래본다.
충주에 들어서면 충주호로 흘러들어가는 남한강 자락과 나란히 길을 달린다. 충주는 온천의 고장이다. 왕의 온천 ‘수안보’와 요즘 뜨는 탄산온천의 앙성온천단지가 충주에 있다. 앙성온천에서 산척면을 지나 다릿재터널을 통과하면 길은 제천으로 이어진다. 여기에서 박달재자연휴양림까지는 10km 남짓이다. 푸른 바다와 황홀한 꽃밭, 이국의 마을과 따뜻한 온천을 지나 초록의 숲에 안길 차례다. 마음을 쉬게 할 시간이다.
박달재 옛길 트레킹
초록의 기운 충만한 6월의 숲속에서 편안한 하룻밤을 보내면 좋겠다. 박달재 고갯마루에 위치한 휴양림은 150년 된 소나 무와 잡목이 공존하는 울창한 숲과 기암괴석이 조화를 이루 고 있는 독특한 분위기를 지녔다. 12개의 통나무집에서 묵을 수 있다. ‘천둥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님아’의 노랫말로 기억되는 박달재는 박달도령과 금봉낭자의 애절하고 아름다 운 사랑이 전설이 되어 남아 있으며, 고려 때 거란과 몽고의 대군을 차례로 물리친 전승지로서의 역사를 가졌다. 리솜포 레스트 리조트의 둘레길(1.4km) 산책도 좋다. 화전민의 흔적 이 남아있는 숲과 일제 강점기 시절 송진을 채취한 상처를 그 대로 간직한 소나무들, 그리고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촬영 지를 둘러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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