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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사랑

제주도 땅값이 치솟아 행복하십니까?

by 서귀포강변교회 2015. 1. 11.

제주도 땅값이 치솟아 행복하십니까

한겨레 2015.01.11 16:00



[한겨레] [뉴스쏙] '천정부지' 제주 부동산 

제주도의 땅값이 치솟고 있다. 지난해 1~11월의 땅값 상승률은 3.181%로 새도시를 건설중인 세종시를 제외하면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일반 토지만이 아니라 주택과 경매 시장도 뜨겁다. 중국 자본의 투자와 꼬리를 무는 내국인의 제주 이주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주민들은 해안가의 돌담을 낀 옹색한 집들을 카페로 바꾸거나 알록달록한 색을 칠한 게스트하우스로 바꿔놓고 있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해안가뿐만 아니라 감귤밭 등 농지나 중산간(산지와 해안지대의 중간에 있는 지역) 마을의 부동산 가격도 올려놓고 있다. 땅 주인들은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반기지만 이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제주 전역에서 치솟는 부동산 가격 

11일 찾은 제주시 아라동 택지개발지구에는 곳곳에서 연립주택을 짓고 있었다. 신규 주택들이 넘쳐나고, '임대 문의' 안내를 붙인 곳도 여러곳 있었다. 대기업을 명예퇴직한 강아무개(54)씨는 3년 전 명퇴금으로 이곳 땅 400여㎡를 3.3㎡(1평)에 160만원에 샀다가 3개월 전 380만원에 팔아 2억여원 이상의 차익을 남겼다. 강씨는 "입지여건이 좋지 않아 그 가격에 팔았지만, 괜찮은 땅은 3.3㎡에 400만원가량 된다"고 말했다. 

맞벌이부부인 김아무개(48)씨도 최근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 감귤원 2900여㎡를 3.3㎡에 45만원씩 매입했다. 취득세와 등록세 등을 포함해 감귤원을 사는 데 4억원이 들어갔다. 2억원은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았다. 은퇴 뒤 농사를 짓거나 땅값이 오르면 되팔겠다는 생각이다. 김씨 부부가 산 이 감귤원 주변의 감귤원은 1년 전 3.3㎡가 18만원에 나왔던 점을 고려하면 갑절 이상 오른 셈이다. 그래도 김씨 부부는 잘 샀다고 생각한다. 서귀포시 대정읍 해안도로 주변도 3~4년 전 3.3㎡에 70만~80만원에 거래됐으나 지금은 300만원을 부른다. 

서귀포시 남원읍 이아무개(56)씨는 "3년 전 3.3㎡에 100만~150만원 선에 거래되던 위미리 해안도로는 300만원에 거래된다. 최근에는 350만원에 판 사례도 있다"며 "중산간도로 위쪽은 1~2년 전 10만~20만원 선이었으나 지난해 50만원에 팔렸다"고 했다. 올레 7코스 종점인 서귀포시 안덕면 대평리의 농지도 3~4년 전 80만원 선에서 지금은 100만~200만원에 거래된다.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김성주(51)씨도 "3~4년 전 마을 택지의 경우 10만~15만원이었지만 지금은 30만원에 이른다"며 "7년 전에 도로변 1320㎡를 3.3㎡에 20만원에 팔았는데 지금은 100만원까지 간다"고 했다. 제주도 전역의 부동산 가격이 뛰고 있는 것이다. 

제주 주택 매매가격도 최근 5년(2010년~2014년 10월) 동안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파르게 오르면서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은 전국 평균 8.0%보다 갑절 가까이 높은 15.3%를 기록했다. 특히 이 가운데 아파트 매매가격의 상승률은 33.7%로, 전국 평균의 11.1%에 견줘 3배 이상 높았다. 경매 시장도 활황세다. 지난해 1월에는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농가(연면적 63.61㎡, 대지 274㎡)가 152 대 1의 입찰 경쟁 끝에 낙찰가(3600만원)의 2배가 넘는 236.64%(8529만원)의 낙찰가율을 보여 법원경매 정보가 수집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 땅값상승률 세종시 빼면 최고 
5년간 주택매매가 15.3% 올라 
아파트는 33%나…전국 평균 3배 
중국인 소유 토지 5년새 300배로 
인구도 급증 2013년 60만명 넘어 
주택대출도 전국 최고 증가세 
도민들 집 구입하기 어려워지고 
임대료로 올라 서민생활 힘들어 
주거방안·토지거래 규제 등 필요 


■ 중국 자본 투자 열기와 제주 이주자 급증 

제주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해 이지선 한국은행 제주본부 기획금융팀 과장은 "토지의 경우는 중국인들의 투자 등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다른 곳에 비해 높기 때문에 돈이 몰리고 있다. 토지나 주택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은 인구의 지속적 증가"라고 분석했다. 

2006년 이후 제주도 내 18개 외국인 투자유치 기업 가운데 12곳이 중국 기업이다. 김봉현 제주대 회계학과 교수와 송종철(46) 제주도 부동산중개업협회 사무국장 등은 중국 자본의 투자를 부동산 가격 급등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김 교수와 송 국장은 "내국인들은 부동산 가격에 대해 어느 정도 정보를 갖고 있어 가격이 너무 높게 형성되면 투자를 꺼리는 경향이 있는 반면 중국인들은 브로커들이 개입해 올라가더라도 매입하고, 주변 토지도 동반 상승한다"고 입을 모았다. 

송 국장은 "제주시와 서귀포시 가릴 것 없이 제주도 전 지역에 걸쳐서 중국인들의 부동산 투자 개발 열기가 높은데다 내국인들도 덩달아 투자하다 보니 가격이 상승하는 것 같다. 농지는 중국인들이 직접 매수할 수 없어서 제3자를 대리인으로 내세우거나 법인 형태로 사들인다"고 말했다. 

제주도의 중국인 소유 토지는 2009년 1만9702㎡에서 지난해 6월 기준으로 592만2327㎡로 늘었다. 5년 새 약 300배가량 늘었다. 2009년에는 제주도의 외국인 소유 토지 가운데 중국인의 비중이 1%도 안 됐으나 지난해에는 43%로 늘었다. 

해마다 크게 늘고 있는 내국인들의 제주 이주 등도 부동산 가격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제주도 인구는 지난 87년 50만명을 넘었고, 2013년 60만명을 넘었다. 10만명이 늘어나는 데 26년이 걸렸다. 고영진 제주도 주민자치계 직원은 "현재의 유입 인구 추세라면 5년 안에 70만명을 넘어설 것 같다"고 내다봤다. 유입 인구에서 유출 인구를 뺀 순유입 인구도 2010년부터 해마다 늘어나 2010년 43명에서 2011년 2342명, 2012년 4873명, 2013년 7824명에 이어 지난해에는 1만1111명이 늘어났다. 한달에 평균 900명 이상이 제주에 정착하는 것이다. 

인구가 늘면서 과거 중산간 마을에서 전개됐던 '빈집 빌려주기 운동'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강웅선(51) 서귀포시 안덕면 대평리장은 "빈집만 있으면 다음날 없어진다. 그만큼 외지에서 많이 들어온다"고 했다. 

■ 서민 주거안정 대책 마련해야 

2010년께부터 제주도 내 주택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주택담보대출도 늘었다. 2009년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던 주택담보대출은 2010년 7위에서 2012년과 2013년에는 각각 11.8%, 11.0%의 증가율을 보여 전국에서 가장 높은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처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주거안정 방안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지선 한국은행 제주본부 과장은 "주거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제주도민들이 집을 사기가 너무 힘들어졌다. 제주지역에서도 주택가격 격차가 벌어지면 계층간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특히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저소득층의 타격이 크다. 따라서 임대주택 공급 등 주거안정 정책을 마련해야 하고, 원도심과 신도심을 균형있게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주시의 한 공인중개사는 "당장은 주민들이 농지를 비싸게 팔 수 있어서 좋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토지가 대형자본에 잠식되면 후손들의 삶이 피폐해진다"며 "중국 자본의 투자로 문제가 되는 일부 지역은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묶어 집중 관리를 해서 가격 안정을 꾀하는 게 낫다"고 했다. 

김봉현 교수는 "제주시 지하상가나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신제주 연동의 중국 기업의 이름을 딴 바오젠거리 상가임대료가 급등하다 보니 다른 지역 임대료도 동반 상승해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지고 있다. 부동산 값이 급등해 거래가 줄어들고 투자 수익률이 낮아져 대규모 신규 또는 추가 투자를 하지 않음으로써 기업 투자를 위축시킬 우려도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제주도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실태조사와 분석 등 부동산 대책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