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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단상

교회갱신을 위한 작은 소리- 예능대회

by 서귀포강변교회 2005. 6. 7.
제주도는 백제(온조)시대부터 조정에 밀감을 진상하는 땅으로만 알려져있었고 유배지나 말의 목축지로 알려져있던 땅이었다. 제주도 사람은 당연히 말을 돌보는 사람들이거나 밀감을 재배하는 사람들, 유배되 온 양반과 그의 후손들, 해녀와 어부로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일제시대에는 태평양전쟁의 길목에서 일제의 군사기지로 사용되거나 강제동원되는 아픔도 겪었고, 해방후 625까지 혼란의 시간속에서 4.3사건의 아픔도 겪어야만 했다. 

 최근엔 육지에서 사업의 실패나 인생의 쓴 맛을 경험한 사람들이 피난처로 찾아온 땅이었다. 그래서 피해의식이 강하고 열등감이 깊고, 삶의 질이 떨어지는 사람들이라고 육지인들에게 알려져 있었다.

 

 언론에 뜨게 부각된 4.3사건도 부정적으로 육지인들에게 소개될만큼 눈물과 아픔이 잔존하는 땅이다. 희망이 없어보이는 땅, 제주도. 비싼 관광요금을 핑계로 해외로 떠나는 육지인들을 기다리는 땅, 제주도.

 

하지만 이것은 역사적인 편견일 뿐이다. 현지에서 만나본 원주민들은 육지인들이 갖지못한 지혜를 가지고 있었다. 자연이 가르쳐준 지혜, 그리고 세월이 가르쳐준 인내와 속깊은 정을 가지고 있었다. 뜨거운 용암이 파도를 만나 더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용두암과 지삿개절리를 만들어내고 있을때에도 영혼의 이어짐은 계속되고 있었다.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만드는 줄을 우리에게 깨닫게 하는 땅으로 그렇게 제주도는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지금 제주인에게는 과거의 아픔을 눈물의 병에 담고 지혜로 열어갈 새로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제주인만이 해낼 수 있는 "본질의 추구', "본질의 회복"이 그것이다. 이것은 교회로도 마찬가지이리라.

 

어제(6월6일)는 제주도내 12개 성결교회들이 모여 어린이예능대회를 가진 날이었다. 

오전10시45분부터 개회에배를 시작으로 200여명의 어린이들이 주제가 있는 글짓기와 그림그리기에 열중하였다. 점심엔 교회별로 아름다운 만찬을 준비해와서 나눔을 실천했다.

 

우리교회는 지난 1월 9일 2명의 교회학교 어린이들로 개척하여 시작되었는데 이번 행사엔 15명이 참석할만큼 수적으로 성장하였다. 모든 것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였다.

 

 점심을 먹고 성경암송대회가 열렸다. 나는 유치부, 유년부 어린이들의 심사를 맡게 되었다. 유치부 어린이들은 시편23편을, 유년부 어린이들은 요한복음1장1-18절 말씀을 외우는 것이었다. 유년부와 초등부 어린이중에서 대상받은 어린이는 8월에 있을 전국어린이하계대회에 나갈 자격을 얻게된다. 교회의 명예와 가문의 영광이 될 수 있기에 모두가 진지하게 준비하였으리라.

  

 잔뜩 긴장한 유치부 어린이들부터 교사나 부모님, 친구들쪽을 향하여 돌아서서 마이크를 잡았다. 이 행사의 근본 취지는 말씀을 외우고 가까이하는가운데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고 주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게하는 것이리라. 또한 외우지 못한 친구들은 이 행사를 통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말씀을 읽는 생활로 변화될수 있음을 도전받는 시간이리라.   

 

유치부 어린이들이 순서를 정하여 마이크를 잡았다. 고사리손으로 마이크를 잡고 떨리는 음성으로 말씀을 외우고 있었다. 나에겐 모든 순간이 신선한 충격의 연속이었다. '어떻게 저 어린 아이들이 이 어려운 말씀을 외울수 있었을까?" 경이로운 순간을 경험하고 점수를 매길 시간이 되었다. 4명의 유치부 어린이들이 만점을 받았다.

 

이어서 유년부 어린이들이 말씀을 외우고 있었고, 난 정말 은혜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목사인 나도 말씀 외우기에는 부족함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어린이들로 하여금 큰 도전을 맛본 셈이었다.

점수를 매길때 유년부 어린이들은 비교적 차이를 나타내어 쉽게 순위를 정할 수 있었다. 문제는 유치부의 동점자 처리였다.

 

어차피 유치부는 대회에 나가는 것도 아니고 그 어린 나이에 말씀을 외운 수고를 똑같이 시상해야 마땅할 것같아 공동시상을 제안했다. 돌아온 것은 교사들의 나에대한 책망이었다. "자세나 외우는 속도등을 봐서 정확히 순위를 매겨야할 것 아니냐"라는 이유였다.

 

나는 목사이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구원받고 오직 은혜로 소명받아 목사안수받은 목사이다. 나는 이벤트의 사회자가 아니다. 나는 문제를 내서 점수를 매겨 인간의 상대평가를 조장하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받은 하나님의 말씀을 구원이 필요한 영혼들에게 들려줄 책임이 있는 목사이다. 성경암송대회의 본질이 무엇일까?

다같이 외웠다면 똑같이 상을 줌이 마땅하지 않을까? 사람마다 기질과 특성, 신체조건이 다른데 어떻게 속도로 순위를 정할 수 있을 것인가. 말을 더듬고 언어지체가 있는 어린이는 이 행사에 얼굴도 내밀지 못해야 하는가. 성경을 암송케하는 근본 이유는 무엇인가?

 

그 상을 준비할 돈이 없다면 내가 협찬하겠다. 어린이들이 말씀이신 하나님을 준비기간에 만나고 그 하나님의 말씀으로 영광을 돌리고 그 말씀을 친구들에게 들려주어 영적기갈을 채워줄수 있는 은혜로운 행사를 우리시대에 회복할 수 없단 말인가?

 

만약 시상만을 위한 행사가 필요하다면 커튼이 쳐진 실내에서 다른 사람들의 접근을 피하고 심사위원들만 몇명 들어가서 점수를 매기면 될 것 아닌가? 오히려 그쪽이 편안한 마음으로 심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리라. 심사위원이 앉을 자리도 마련치 않고 왜 그 뙤약볕에서 서로를 고생하게 했을까?

 

제주도의 신앙인은 이제 달라져야한다. 육지인들이 사용하는 습관과 현상을 똑같이 따라가야한다는 피해의식과 열등감을 버려야한다. 오히려 한국교회내에 잔존하고 있는 인본주의적 신앙요소를 철저히 찾아내서 말씀으로 검증하여 새롭게 갱신토록 해야 할 것이다. 육지교회에서 정석이라고 사용하는 신앙습관도 철저히 검증하여 하나님이 원하지 않으시면 버릴줄 알아야한다. 그것이 늦더라도 가장 빨리 가는 길이다. 

 

진정 하나님이 원하시는 모습으로 어린이 예능대회가 준비되고 치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