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뱃살, 아는 만큼 빠진다 레이디경향|입력2013.02.19 18:57
우리 사회는 유난히 남자들의 뱃살에 관대한 편이다. 디톡스, 복부 마사지, 지방 흡입 등 온갖 방법으로 뱃살을 빼기 위해 노력하는 여자들과 달리 남자들의 뱃살은 '중년의 상징', '인간관계의 훈장' 등으로 포장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가 남자들이 뱃살이 나와도 심각성을 간과하게 한다는 데 있다. 남자의 뱃살, 그대로 둬도 괜찮을까? '비만 코치' 유태우 박사에게 남자의 뱃살에 얽힌 오해와 진실을 들었다.
Point 1 남자의 뱃살은 여자의 뱃살과 다르다
우리 몸은 쓰고 남은 영양분을 지방으로 바꿔 저장한다. 이때 지방이 저장되는 부위나 주 성분은 남녀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이는 유전자와 성 호르몬, 식습관이 다르기 때문으로 보고되고 있다.
대다수 여자들의 뱃살은 피부 바로 밑에 위치한 피하지방인 경우가 많다. 만졌을 때 푹신하고 손가락으로 두껍게 잡히는 살이 바로 피하지방. 이외에 내장 그 자체로 인한 뱃살이 생기기도 하는데, 남자들에 비해 복근이 상대적으로 약한 여자들은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내장이 앞으로 튀어나오면서 일명 '똥배'를 갖게 된다.
반면 '꺼지지 않는 배'라고 불리는 남자들의 뱃살 정체는 바로 내장지방으로, 배 속 장기 주위에 축적된 지방이라 육안으로는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 또 내장지방은 옆으로 누웠을 때 무게에 의해 변형되는 여자의 피하지방과는 달리 한정된 공간에서 꼼짝할 수 없어 늘 산과 같은 형태를 유지한다.
"남자들이 뱃살을 빼야 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남자의 뱃살이 중년 이후의 건강을 좌우하기 때문이죠. 중년의 남자가 잘 걸리는 병을 '안 아픈데 죽는 병'이라고들 합니다. 만성 질환인 고혈압, 당뇨병, 콜레스테롤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 이런 병들은 주로 심장병과 뇌졸중을 일으키는 동맥경화의 원인이 됩니다. 뱃살은 앞서 나열한 만성질환만큼 동맥경화의 위험성을 안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장암, 신장암, 전립선암의 원인이 되기도 하죠. 두 번째는 외모를 위해서입니다. 과거와 달리 평균수명이 길어졌습니다. 은퇴하고 몇 년 잘 살다가 죽는 시절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100세 시대에는 어떤 외모로, 어떻게 오래 사느냐가 삶의 질을 좌우하는 관건이 될 것입니다. 세 번째는 두 번째 이유와 일맥상통하는데, 바로 능력입니다. 진급을 예로 들어봅시다. 뱃살이 나온 사람과 아닌 사람 간에는 분명 큰 차이가 있습니다. '자기관리를 어떻게 했느냐'가 실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일부 남자들은 '나잇살'은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늘어놓는다. 하지만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연령별 비만율(체지방지수 25 이상)은 남자의 경우 30, 40대에, 여자의 경우 폐경 후인 60대에 정점을 찍는다. 40대 이상 남자 비만은 이후 서서히 감소하는데, 이는 나이와 별도로 체중이 변화한다는 것을 뜻한다.
"또 다른 증거도 있습니다. 자연 속에 살고 있는 동물들을 보면 알 수 있는데요. 사람이나 사람이 키우는 애완동물, 가축을 빼고 야생으로 살아가는 동물들에서는 비만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비만이란 인간이 문명을 발달시키면서 얻게 된 인위적인 산물이란 말이죠."
Point 2 술과 회식을 피할 수 없다면
남자 뱃살의 주범 중 하나는 회식이다. 일반적으로 성인 남자의 식사 시간은 30분에서 길어야 1시간인데, 이때 인간의 몸은 한 번에 많은 양을 섭취하지 못하도록 통제한다.
하지만 오후 7시쯤 시작된 회식 자리가 2차, 3차를 거쳐 자정 무렵에 끝이 났다고 가정해보자. 통상적으로 먹으면서 소화되는 과정이 반복되는 회식 자리에서는 당장 배가 부르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여기에 뇌의 통제 기능을 마비시키는 술이 더해지면 본인은 많이 먹지 않은 것 같다고 느낄지라도 사실은 엄청난 양을 섭취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자연히 저녁을 많이 먹게 되면 당연히 아침은 먹지 않게 되고 이런 불규칙적인 습관이 반복되다 보면 뱃살은 점점 더 불러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원만한 관계 유지와 업무 수행에 도움이 되는 회식과 술을 피한다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거의 불가능한 일.
"술은 자체 칼로리도 문제이지만 다른 음식, 안주를 더 먹게 만드는 교묘한 작용을 합니다. 그래서 체중 감량시 가장 좋은 방법은 앞으로 소개할 '감량과 다지기' 과정이 끝날 때까지 금주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술자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안주나 다른 음식 섭취 없이 술만 마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많이 마셔도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가능한 한 최소량을 마시길 권합니다."
블랙커피나 차 등은 칼로리가 거의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커피와 차는 자체 칼로리가 낮아도 강렬한 맛과 탈수 작용으로 인해 다른 음식을 끌어당기는 속성이 있기 때문. 이렇다 보면 결국 애써 줄인 칼로리를 다른 것으로 보충하게 되는 꼴이 된다.
Point 3 왜 운동을 해도 안 빠질까
일주일에 2, 3회씩 헬스클럽에 다니며 꾸준히 운동을 하는데도 뱃살이 빠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남자들이 종종 있다.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몸이 쓰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양의 음식을 먹을 때 체중은 늘게 돼 있다. 간혹 많이 먹고 그만큼 운동을 더 하면 된다는 생각에 과식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내 몸의 반응을 염두에 두지 않은 상태에서 범하는 실수다. 운동량을 늘리면 식욕은 그만큼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운동 전보다 더 많이 먹게 돼 몸무게가 느는 경우도 다반사.
"살 1g을 칼로리로 환산하면 약 7kcal에 해당합니다. 운동만으로 하루 300kcal를 소모한다고 해도 이는 40g 남짓에 불과하죠. 월 2kg를 빼기 위해서는 하루 500kcal 정도를 소모해야 하는데, 이를 소화해낼 수 있는 사람은 운동선수 외에 없을 겁니다."
운동을 중단한 뒤 찐 살은 다시 운동을 해도 빠지지 않는다. 일단 이전처럼 다시 운동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고, 똑같은 강도의 운동을 하려면 훨씬 더 많은 힘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다수의 남자들에게 먹는 양을 줄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운동만으로 체중 감량이 가능한 사람이 있기는 합니다. 전문적으로 몸을 만드는 트레이너나 운동선수들, 퍼스널 트레이너가 붙어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한 연예인이 바로 그 경우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직장을 다니는 일반인들은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주장하는 것은 '쓰는 것보다 먹는 것을 덜 하라'입니다. 운동만으로 뱃살을 뺄 수 없습니다. 뱃살은 근육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칼로리를 소모했는가에 따라 감량이 결정됩니다. 윗몸일으키기나 뱃살 기구 운동은 10분을 한다고 해도 소모되는 칼로리가 100kcal 미만입니다. 이것을 환산하면 11g의 지방에 불과하죠. 또 하나. 한국 사람들이 운동을 하면서 살을 뺄 수 없는 특수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운동 뒤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처럼 골프장 주변과 산 밑에 음식점이 많은 나라는 없을 겁니다."
Step 1 숙면 훈련
그렇다면 뱃살 감량을 위해선 어떤 행동들을 해야 할까. 첫 번째 해야 할 일은 내 몸이 부담을 잘 견딜 수 있도록 체력 보강을 위한 숙면을 습관화하는 것이다. 숙면이란 잠이 들면 깨지 않고 꿈에도 시달리지 않으면서 푹 자는 상태를 말한다. 몇 시간을 자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통상적으로 하루 7, 8시간의 수면이 건강에 좋다고 알려졌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치에 불과하다. 3시간만으로도 충분한 사람이 있고 10시간으로도 부족한 사람이 있다. 두 번째는 몇 시에 잠드는지와 상관없이 기상 시간을 정해 항상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주중이나 주말을 가리지 말아야 하며 훈련 기간 동안에는 낮잠과 초저녁에 TV를 보다 소파에서 잠이 드는 것도 절대 금물이다.
Step 2 반식 훈련과 내 몸 안의 기름 먹기
다이어트란 서양의학에서 유래한 것으로 불균형한 식사로 비만이 된 서양인들이 균형 잡힌 식사를 함으로써 체중을 감량하는 일종의 식이요법이다. 1일 섭취 에너지의 35%에 달하는 지방과 20%를 넘기는 단순당(설탕 등)의 섭취를 줄이고 복합탄수화물과 단백질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대표적인 방법인데, 이렇게 하면 같은 양을 먹어도 칼로리가 줄어 다이어트가 된다. 하지만 이는 평생 이런 식의 생활을 한다는 전제에서만 가능하다.
"서양인의 다이어트법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두 가지가 변질됐습니다. 바로 어떤 특별한 음식만 먹는 것과 일시적으로 단기간 안에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일시적으로 칼로리가 적은 음식을 먹으면 당연히 체중은 감량됩니다. 그러나 원래의 식생활로 되돌아감과 동시에 요요 현상이 오지요. 그렇다면 한국인에게 맞는 다이어트란 무엇일까요? 한국인의 밥상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구성이 적절한 훌륭한 식단입니다. 문제는 소모하는 양보다 더 많은 양을 먹는다는 점이죠."
남자 뱃살 빼기의 핵심은 '반식 훈련'으로 음식을 원래 먹던 대로 먹되, 평소 먹던 양보다 줄여 먹여야 한다는 것이다. 먹는 양이 줄어들면 우리 몸은 그동안 쌓아놓은 지방을 갖다 쓰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몸은 '쌓아놓은 몸'에서 '갖다 쓰는 몸'으로 바뀌게 된다. 반식 훈련이 끝나면 위가 반으로 줄어들게 돼 이전의 먹던 양의 반만 먹어도 배가 부른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음식을 먹지 않았을 때의 배고픔, 힘없음, 어지럼증 등을 느끼는 시간이 단축된다.
"기초대사량을 포함해 '쓰기'는 줄어드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아무리 낮아도 하루 1,500kcal 이하로 내려가지는 않죠. 그러나 '먹기'는 내 몸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것이 많기 때문에 0kcal에 가까운 정도까지도 낮출 수 있습니다. 반식을 하는 동안에는 1주일마다 계속해서 양을 반씩 줄여나가야 합니다. 오늘 반식을 시작했으면 1주일 뒤에는 오늘 식사량의 반을 먹습니다. 간혹 반식을 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다는 분들이 있는데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대개는 '반 남기기'가 아닌 '반 덜기'를 행하기 때문입니다. 밥만 반을 덜고 반찬은 종전의 양 그대로 식사를 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반식이 아닙니다."
Step 3 감량 후 다지기
감량만큼 중요한 과정이 바로 '다지기'다. 다지기를 하는 동안 몸에서는 지방의 재분포가 일어난다. 얼굴, 팔, 상체 등 지방이 모자라는 곳으로 배 속의 남은 지방이 이동하는 것. 또 남아 있는 지방의 일부가 감량시 잃었던 근육과 뼈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이 시기에는 감량시 훈련들을 지속하되 종전에 해왔던 것에서 운동을 10% 정도 늘리도록 합니다. 하지만 성급하게 에너지 소모를 늘리면 내 몸은 생존 본능으로 더 많은 음식을 먹게 하므로 유의해야 합니다. 3, 4주 정도의 다지기 과정이 끝났을 땐 훈련을 시작할 무렵의 70~80% 정도의 음식만 먹어도 충분히 포만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Above all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
뱃살 빼기가 진짜 힘든 까닭은 그동안의 생활습관을 바꾸기가 어렵다는 생각 때문이다. 어려운 방법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쉬운 방법을, 동시에 이전의 것과 비교하지 않고 새로운 것에만 몰두하는 방식을 추천한다.
"최근에 2개월 동안 30kg을 뺀 환자가 있었습니다. 처음 저를 찾아왔을 때 몸무게가 124kg이었는데 마지막에는 93kg까지 빠졌습니다. 그분은 자신에 대한 진지한 고민으로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하셨습니다. 몸을 바꾸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어떻게 바꾸느냐가 어렵죠. 아내의 잔소리나 가족의 핀잔도 반복되면 별 효과가 없거든요. 스스로 바뀌어야겠다는 의지를 갖고 해야 살이 빠집니다. 이제부터는 본인들의 선택입니다."
당신이 뱃살 빼기에 실패한 이유
1 운동만으로는 뱃살을 뺄 수 없다
운동은 기를 쓰고 해도 적은 칼로리를 소모할 수밖에 없다. 특히 과식 후 운동으로 빼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과식은 운동으로 상쇄시킬 수 없다.
2 복근 운동으로는 뱃살을 뺄 수 없다
지방이 많이 들어찬 뱃살은 근육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칼로리를 소모했는가에 따라 감량이 결정된다. 또 윗몸일으키기나 뱃살 기구 운동으로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할 수 없다.
3 골라 먹는 것으로는 뱃살을 뺄 수 없다
현미밥, 채식, 각종 다이어트 식품 등을 골라 먹는 방법은 체중 감량보다 체중 유지에 도움이 될 뿐이다.
4 '나잇살'로 생각해서는 뱃살을 뺄 수 없다
뱃살을 '나잇살'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합리화에 불과하다.
5 요요현상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다이어트 방법으로는 뱃살을 뺄 수 없다
요요현상은 당연한 것도, 자연적인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요요현상을 경험해본 적이 있다면 방법의 문제를 고민해봐야 한다.
6 술과 회식을 병행해서는 뱃살을 뺄 수 없다
아무리 음식 조절과 운동으로 관리한다고 해도 술과 회식 한 번이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하루 저녁 회식에서 1만kcal 섭취는 흔한 일이다.
7 삶 자체가 힘들면 뱃살을 뺄 수 없다
몸과 마음이 힘들면 체력이 현저히 소모되며 이는 곧 식욕 증가→과식→체중 증가→스트레스 가중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뱃살 감량을 위한 닥터 U의 특별 코칭
1의도적으로 하루 10%의 에너지를 꼭 남긴다.
2감량 기간에는 되도록 금주를 한다.
3화장실은 급하게 변의를 느낄 때만 간다.
4알약으로 된 비타민 D와 칼슘을 꼭 섭취하고 물은 하루 최소 3L 이상 마신다.
5식사는 무조건 30분 이상으로 한다.
6아침, 점심, 저녁의 식사량을 1.3:1:1 비율로 유지한다.
7특이 체질이라거나 식탐이 많아서 안 된다는 식의 부정적인 생각을 버린다.
유태우 박사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닥터 U와 함께 몸맘삶훈련'의 원장으로 있으며, 시술이나 약물이 아닌 선택과 훈련에 의한 비만치료법으로 유명하다. 저서로는 「누구나 10kg 뺄 수 있다」 등이 있다.
<■글 / 김지윤 기자 ■사진 / 조민정 ■참고 서적 / 「남자의 뱃살」(유태우 저, 비타북스)>
우리 몸은 쓰고 남은 영양분을 지방으로 바꿔 저장한다. 이때 지방이 저장되는 부위나 주 성분은 남녀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이는 유전자와 성 호르몬, 식습관이 다르기 때문으로 보고되고 있다.
대다수 여자들의 뱃살은 피부 바로 밑에 위치한 피하지방인 경우가 많다. 만졌을 때 푹신하고 손가락으로 두껍게 잡히는 살이 바로 피하지방. 이외에 내장 그 자체로 인한 뱃살이 생기기도 하는데, 남자들에 비해 복근이 상대적으로 약한 여자들은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내장이 앞으로 튀어나오면서 일명 '똥배'를 갖게 된다.
반면 '꺼지지 않는 배'라고 불리는 남자들의 뱃살 정체는 바로 내장지방으로, 배 속 장기 주위에 축적된 지방이라 육안으로는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 또 내장지방은 옆으로 누웠을 때 무게에 의해 변형되는 여자의 피하지방과는 달리 한정된 공간에서 꼼짝할 수 없어 늘 산과 같은 형태를 유지한다.
"남자들이 뱃살을 빼야 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남자의 뱃살이 중년 이후의 건강을 좌우하기 때문이죠. 중년의 남자가 잘 걸리는 병을 '안 아픈데 죽는 병'이라고들 합니다. 만성 질환인 고혈압, 당뇨병, 콜레스테롤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 이런 병들은 주로 심장병과 뇌졸중을 일으키는 동맥경화의 원인이 됩니다. 뱃살은 앞서 나열한 만성질환만큼 동맥경화의 위험성을 안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장암, 신장암, 전립선암의 원인이 되기도 하죠. 두 번째는 외모를 위해서입니다. 과거와 달리 평균수명이 길어졌습니다. 은퇴하고 몇 년 잘 살다가 죽는 시절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100세 시대에는 어떤 외모로, 어떻게 오래 사느냐가 삶의 질을 좌우하는 관건이 될 것입니다. 세 번째는 두 번째 이유와 일맥상통하는데, 바로 능력입니다. 진급을 예로 들어봅시다. 뱃살이 나온 사람과 아닌 사람 간에는 분명 큰 차이가 있습니다. '자기관리를 어떻게 했느냐'가 실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일부 남자들은 '나잇살'은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늘어놓는다. 하지만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연령별 비만율(체지방지수 25 이상)은 남자의 경우 30, 40대에, 여자의 경우 폐경 후인 60대에 정점을 찍는다. 40대 이상 남자 비만은 이후 서서히 감소하는데, 이는 나이와 별도로 체중이 변화한다는 것을 뜻한다.
"또 다른 증거도 있습니다. 자연 속에 살고 있는 동물들을 보면 알 수 있는데요. 사람이나 사람이 키우는 애완동물, 가축을 빼고 야생으로 살아가는 동물들에서는 비만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비만이란 인간이 문명을 발달시키면서 얻게 된 인위적인 산물이란 말이죠."
Point 2 술과 회식을 피할 수 없다면
하지만 오후 7시쯤 시작된 회식 자리가 2차, 3차를 거쳐 자정 무렵에 끝이 났다고 가정해보자. 통상적으로 먹으면서 소화되는 과정이 반복되는 회식 자리에서는 당장 배가 부르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여기에 뇌의 통제 기능을 마비시키는 술이 더해지면 본인은 많이 먹지 않은 것 같다고 느낄지라도 사실은 엄청난 양을 섭취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자연히 저녁을 많이 먹게 되면 당연히 아침은 먹지 않게 되고 이런 불규칙적인 습관이 반복되다 보면 뱃살은 점점 더 불러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원만한 관계 유지와 업무 수행에 도움이 되는 회식과 술을 피한다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거의 불가능한 일.
"술은 자체 칼로리도 문제이지만 다른 음식, 안주를 더 먹게 만드는 교묘한 작용을 합니다. 그래서 체중 감량시 가장 좋은 방법은 앞으로 소개할 '감량과 다지기' 과정이 끝날 때까지 금주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술자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안주나 다른 음식 섭취 없이 술만 마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많이 마셔도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가능한 한 최소량을 마시길 권합니다."
블랙커피나 차 등은 칼로리가 거의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커피와 차는 자체 칼로리가 낮아도 강렬한 맛과 탈수 작용으로 인해 다른 음식을 끌어당기는 속성이 있기 때문. 이렇다 보면 결국 애써 줄인 칼로리를 다른 것으로 보충하게 되는 꼴이 된다.
Point 3 왜 운동을 해도 안 빠질까
일주일에 2, 3회씩 헬스클럽에 다니며 꾸준히 운동을 하는데도 뱃살이 빠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남자들이 종종 있다.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몸이 쓰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양의 음식을 먹을 때 체중은 늘게 돼 있다. 간혹 많이 먹고 그만큼 운동을 더 하면 된다는 생각에 과식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내 몸의 반응을 염두에 두지 않은 상태에서 범하는 실수다. 운동량을 늘리면 식욕은 그만큼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운동 전보다 더 많이 먹게 돼 몸무게가 느는 경우도 다반사.
"살 1g을 칼로리로 환산하면 약 7kcal에 해당합니다. 운동만으로 하루 300kcal를 소모한다고 해도 이는 40g 남짓에 불과하죠. 월 2kg를 빼기 위해서는 하루 500kcal 정도를 소모해야 하는데, 이를 소화해낼 수 있는 사람은 운동선수 외에 없을 겁니다."
운동을 중단한 뒤 찐 살은 다시 운동을 해도 빠지지 않는다. 일단 이전처럼 다시 운동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고, 똑같은 강도의 운동을 하려면 훨씬 더 많은 힘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다수의 남자들에게 먹는 양을 줄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운동만으로 체중 감량이 가능한 사람이 있기는 합니다. 전문적으로 몸을 만드는 트레이너나 운동선수들, 퍼스널 트레이너가 붙어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한 연예인이 바로 그 경우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직장을 다니는 일반인들은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주장하는 것은 '쓰는 것보다 먹는 것을 덜 하라'입니다. 운동만으로 뱃살을 뺄 수 없습니다. 뱃살은 근육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칼로리를 소모했는가에 따라 감량이 결정됩니다. 윗몸일으키기나 뱃살 기구 운동은 10분을 한다고 해도 소모되는 칼로리가 100kcal 미만입니다. 이것을 환산하면 11g의 지방에 불과하죠. 또 하나. 한국 사람들이 운동을 하면서 살을 뺄 수 없는 특수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운동 뒤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처럼 골프장 주변과 산 밑에 음식점이 많은 나라는 없을 겁니다."
Step 1 숙면 훈련
그렇다면 뱃살 감량을 위해선 어떤 행동들을 해야 할까. 첫 번째 해야 할 일은 내 몸이 부담을 잘 견딜 수 있도록 체력 보강을 위한 숙면을 습관화하는 것이다. 숙면이란 잠이 들면 깨지 않고 꿈에도 시달리지 않으면서 푹 자는 상태를 말한다. 몇 시간을 자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통상적으로 하루 7, 8시간의 수면이 건강에 좋다고 알려졌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치에 불과하다. 3시간만으로도 충분한 사람이 있고 10시간으로도 부족한 사람이 있다. 두 번째는 몇 시에 잠드는지와 상관없이 기상 시간을 정해 항상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주중이나 주말을 가리지 말아야 하며 훈련 기간 동안에는 낮잠과 초저녁에 TV를 보다 소파에서 잠이 드는 것도 절대 금물이다.
Step 2 반식 훈련과 내 몸 안의 기름 먹기
"서양인의 다이어트법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두 가지가 변질됐습니다. 바로 어떤 특별한 음식만 먹는 것과 일시적으로 단기간 안에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일시적으로 칼로리가 적은 음식을 먹으면 당연히 체중은 감량됩니다. 그러나 원래의 식생활로 되돌아감과 동시에 요요 현상이 오지요. 그렇다면 한국인에게 맞는 다이어트란 무엇일까요? 한국인의 밥상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구성이 적절한 훌륭한 식단입니다. 문제는 소모하는 양보다 더 많은 양을 먹는다는 점이죠."
남자 뱃살 빼기의 핵심은 '반식 훈련'으로 음식을 원래 먹던 대로 먹되, 평소 먹던 양보다 줄여 먹여야 한다는 것이다. 먹는 양이 줄어들면 우리 몸은 그동안 쌓아놓은 지방을 갖다 쓰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몸은 '쌓아놓은 몸'에서 '갖다 쓰는 몸'으로 바뀌게 된다. 반식 훈련이 끝나면 위가 반으로 줄어들게 돼 이전의 먹던 양의 반만 먹어도 배가 부른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음식을 먹지 않았을 때의 배고픔, 힘없음, 어지럼증 등을 느끼는 시간이 단축된다.
"기초대사량을 포함해 '쓰기'는 줄어드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아무리 낮아도 하루 1,500kcal 이하로 내려가지는 않죠. 그러나 '먹기'는 내 몸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것이 많기 때문에 0kcal에 가까운 정도까지도 낮출 수 있습니다. 반식을 하는 동안에는 1주일마다 계속해서 양을 반씩 줄여나가야 합니다. 오늘 반식을 시작했으면 1주일 뒤에는 오늘 식사량의 반을 먹습니다. 간혹 반식을 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다는 분들이 있는데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대개는 '반 남기기'가 아닌 '반 덜기'를 행하기 때문입니다. 밥만 반을 덜고 반찬은 종전의 양 그대로 식사를 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반식이 아닙니다."
Step 3 감량 후 다지기
감량만큼 중요한 과정이 바로 '다지기'다. 다지기를 하는 동안 몸에서는 지방의 재분포가 일어난다. 얼굴, 팔, 상체 등 지방이 모자라는 곳으로 배 속의 남은 지방이 이동하는 것. 또 남아 있는 지방의 일부가 감량시 잃었던 근육과 뼈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이 시기에는 감량시 훈련들을 지속하되 종전에 해왔던 것에서 운동을 10% 정도 늘리도록 합니다. 하지만 성급하게 에너지 소모를 늘리면 내 몸은 생존 본능으로 더 많은 음식을 먹게 하므로 유의해야 합니다. 3, 4주 정도의 다지기 과정이 끝났을 땐 훈련을 시작할 무렵의 70~80% 정도의 음식만 먹어도 충분히 포만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Above all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
뱃살 빼기가 진짜 힘든 까닭은 그동안의 생활습관을 바꾸기가 어렵다는 생각 때문이다. 어려운 방법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쉬운 방법을, 동시에 이전의 것과 비교하지 않고 새로운 것에만 몰두하는 방식을 추천한다.
"최근에 2개월 동안 30kg을 뺀 환자가 있었습니다. 처음 저를 찾아왔을 때 몸무게가 124kg이었는데 마지막에는 93kg까지 빠졌습니다. 그분은 자신에 대한 진지한 고민으로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하셨습니다. 몸을 바꾸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어떻게 바꾸느냐가 어렵죠. 아내의 잔소리나 가족의 핀잔도 반복되면 별 효과가 없거든요. 스스로 바뀌어야겠다는 의지를 갖고 해야 살이 빠집니다. 이제부터는 본인들의 선택입니다."
당신이 뱃살 빼기에 실패한 이유
1 운동만으로는 뱃살을 뺄 수 없다
운동은 기를 쓰고 해도 적은 칼로리를 소모할 수밖에 없다. 특히 과식 후 운동으로 빼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과식은 운동으로 상쇄시킬 수 없다.
2 복근 운동으로는 뱃살을 뺄 수 없다
지방이 많이 들어찬 뱃살은 근육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칼로리를 소모했는가에 따라 감량이 결정된다. 또 윗몸일으키기나 뱃살 기구 운동으로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할 수 없다.
3 골라 먹는 것으로는 뱃살을 뺄 수 없다
현미밥, 채식, 각종 다이어트 식품 등을 골라 먹는 방법은 체중 감량보다 체중 유지에 도움이 될 뿐이다.
4 '나잇살'로 생각해서는 뱃살을 뺄 수 없다
뱃살을 '나잇살'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합리화에 불과하다.
5 요요현상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다이어트 방법으로는 뱃살을 뺄 수 없다
요요현상은 당연한 것도, 자연적인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요요현상을 경험해본 적이 있다면 방법의 문제를 고민해봐야 한다.
6 술과 회식을 병행해서는 뱃살을 뺄 수 없다
아무리 음식 조절과 운동으로 관리한다고 해도 술과 회식 한 번이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하루 저녁 회식에서 1만kcal 섭취는 흔한 일이다.
7 삶 자체가 힘들면 뱃살을 뺄 수 없다
몸과 마음이 힘들면 체력이 현저히 소모되며 이는 곧 식욕 증가→과식→체중 증가→스트레스 가중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뱃살 감량을 위한 닥터 U의 특별 코칭
1의도적으로 하루 10%의 에너지를 꼭 남긴다.
2감량 기간에는 되도록 금주를 한다.
3화장실은 급하게 변의를 느낄 때만 간다.
4알약으로 된 비타민 D와 칼슘을 꼭 섭취하고 물은 하루 최소 3L 이상 마신다.
5식사는 무조건 30분 이상으로 한다.
6아침, 점심, 저녁의 식사량을 1.3:1:1 비율로 유지한다.
7특이 체질이라거나 식탐이 많아서 안 된다는 식의 부정적인 생각을 버린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닥터 U와 함께 몸맘삶훈련'의 원장으로 있으며, 시술이나 약물이 아닌 선택과 훈련에 의한 비만치료법으로 유명하다. 저서로는 「누구나 10kg 뺄 수 있다」 등이 있다.
<■글 / 김지윤 기자 ■사진 / 조민정 ■참고 서적 / 「남자의 뱃살」(유태우 저, 비타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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